몇해전부터 우리 사회와 기업들의 화두가 돼버린 "세계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세계화란 그릇 속에는 여러가지 내용을 담을수 있다.

하지만 1백년 전통을 가진 세계 최대의 미국부동산회사인 CB리처드엘리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위타(Ray Wirta)가 내린 정의는 의외로 간단하다.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할 자세를 갖추는 것"이 세계화이고 "그런 기업이 바로 세계화된 기업"이란 설명이다.

이런 마인드로 무장하면 세계 어느나라에서 누구와 영업을 해도 성공할수 있다는 뜻이다.

"크건 작건 모두 사무실이 필요하듯 부동산없이 할수 있는 사업은 하나도 없다"며 "그래서 부동산업은 가장 유망한 업종중 하나"라는 그에게서 부동산에 투영된 세계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 만난 사람 = 육동인 뉴욕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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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리처드엘리스사는 스스로를 ''최초의 글로벌 상업부동산서비스회사(first truly global commercial real estate service firm)라고 부른다.

여기서 글로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 레이 위타 CEO =세계적(Global)이란 겉으로는 전세계에 주요 사업거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회사는 전세계 44개국에 2백50개이상의 거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에 성공한 회사의 특징은 고객서비스에 있다.

고객서비스에 최선을 다해야 세계화된 기업이 된다.

문화와 경영스타일이 다른 해외에서 영업을 할 때는 특히 이 점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국내에서나 해외에서 다른 회사와 합병하거나 제휴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분명히 화학적인 통합을 이뤄야 하는데 기업의 가치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면 통합에 어떤 문제도 있을수 없다.

- CB는 한 분야에서 1백년동안 정상을 지켜 왔다.

대부분의 기업이 흥망성쇠가 있고 요즘은 그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다.

여러가지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정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 레이 위타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고객서비스의 질과 수준이다.

경쟁력있는 직원들이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했을 때 회사는 강해진다.

물론 회사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유연한 사업전략의 수립이 중요하다.

부동산영업은 특히 일반적인 사업사이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사이클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대공황까지 겪는 등 다양한 사이클을 경험해 봤다.

그런 만큼 경기사이클에 매우 직감적이다.

사이클이 꺾일 때는 비용을 절감하고 인원을 줄인다.

-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은 경제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동산시장을 통해서 볼 때 올해 세계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 레이 위타 =지난해보다는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사업전망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아니다.

경제전망과 사업전망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세계경기가 ''경착륙(hard landing)''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과 유럽은 어느 정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아시아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어려웠기 때문에 올해는 좋아질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중남미도 마찬가지다.

- 한국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CB는 한국에 사무소도 두고 있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레이 위타 =한국의 경우 경기하강은 예측되지만 97년 경제위기때 같은 급격한 경기수축은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상당히 성숙되어 있고 창조적이다.

그리고 숙련된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다.

벤처기업과 인터넷업체들의 발전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런 요인들이 한국경제전망을 장기적으로 밝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지금의 어려움에서 빨리 탈피하려면 대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도한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경우 생산능력을 크게 줄여야 한다.

- 한국의 경우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에 대한 개념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른바 전근대적인 소유의 개념에서 선진국형인 사용(임대)개념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적인 단계다.

선진국형 임대개념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레이 위타 =세계적인 추세는 부동산을 임대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임대도 보증금을 주는 형태의 렌트에서 보증금 없는 월세형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임대기간도 과거에는 1~2년이 보통이었으나 지금은 3~5년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부동산 이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화되어 경쟁력을 높일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가치의 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동산이 투자대상이 아닌 단순 생산수단으로 인식될 정도로까지 값이 떨어져야 한다.

- 부동산시장은 이제 금융시장의 일부로 기능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부동산이 소액자본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자산운용대상으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수요에 맞춰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부동산을 이용한 각종 금융기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은 어떤가.

◆ 레이 위타 =부동산시장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던 일본은 물론 태국 중국 등에서도 이제는 다양한 부동산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도 최근 들어 REIT(부동산투자신탁) 등 부동산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다양한 부동산금융상품이 활성화되면 부동산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져 부동산 가치가 빠르게 안정된다.

특히 기업들의 구조조정과정을 겪고 있는 한국은 해외자금을 끌어들여 기업 부실자산을 유동화하는게 시급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부동산시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는 외국투자자들이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과 똑같은 기준으로 한국에 투자할수 있도록 부동산시장의 관리와 운영기준을 국제화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남북한 관계개선이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경우 부동산 분야에서 나타날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 레이 위타 =그런 문제에 대해 전망하기에는 너무 이른감이 있다.

독일의 경우 통일이후 서독기업들이 동독에서의 부동산활동을 크게 늘린 경험이 있다.

특히 국제적인 개발업자들이 베를린에서 오피스빌딩을 지으려고 앞다퉈 뛰어들었다.

그러나 투자성과는 아직 평가하기 힘들다.

한국도 통일이 부동산활동에 점진적인 영향을 줄 것이지만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 인터넷혁명이 부동산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나.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인가.

◆ 레이 위타 =부동산업은 물론 모든 경영자들이 인터넷이 어떻게 영업을 지원할수 있는지의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모든 사업은 이제 인터넷의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거기에 대응해야만 살아남는다.

신기술이 자신의 기업활동중 어느 부분에서 효율성을 가져다 줄 수 있느냐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없다면 그런 기업들은 지금보다 좋아질수 없다.

- 인터넷시대에 부동산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닌지.

◆ 레이 위타 =천만의 얘기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부동산업체들은 그만큼 사업기회를 얻는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모든 기업들은 부동산이 필요하다.

때문에 부동산시장은 항상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 거래가 투명해져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채권보다 더 많은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 개인적인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어떤 능력과 노력으로 세계적인 기업의 CEO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 레이 위타 =능력있는 사람을 채용해서 그들이 어떤 조직에서도 곧바로 쓸수 있을 정도의 유능한 사람으로 키우는게 경영철학이다.

유능한 인재를 키우려면 그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권한을 많이 부여하면 직원들이 도전의식을 갖게 돼 조직이 젊어지고 유연성이 높아지는 장점도 있다.

- 세계적인 CEO를 꿈꾸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

21세기에는 어떤 CEO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레이 위타 =CEO의 국적은 상관없는 시대가 왔다.

이제 어떤 기업도 그 기업의 경쟁자는 세계화된 기업들이다.

CEO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세계화된 회사들은 국가적이거나 지역적인 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시장을 다룬다.

때문에 새 시대의 CEO들은 가장 먼저 글로벌 비즈니스감각을 익히는게 중요하다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