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brick)과 클릭(click)의 만남"

지구촌에 정보기술(IT) 혁명이 불어닥치면서 "오프라인" 기업들이 "온라인"과의 접목을 통한 변신에 총력전을 펼치고있다.

"인터넷 기술혁신"에 힘입어 자동차 전자 섬유 제약 등 전통산업의 영역이 "사이버공간"으로 확장되고 "온-오프 결합"시너지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장을 창출하고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장벽이 무너지고 업종을 뛰어넘은 "합종연횡"이 글로벌경쟁의 화두로 등장하고있다.

"인터넷산업혁명"에서 새로운 자리매김을 추구하는 전통기업들의 치열한 자기변신은 구조조정이후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하는 한국기업들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세계최대 자동차업체 GM의 "e-GM" 현장 실험은 전통제조업 "21세기 전략"의 상징적인 사례다.

GM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일본등 선진기업들의 IT변신현장을 현지 취재를 통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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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社 도전 ]

미국 디트로이트시 인근 트로이시 스텝슨거리 1400번지에 있는 온스타(On-Star) 콜센터.

상담원 머건양이 고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순간 작년 5월21일 시애틀에서 GM 캐딜락 스빌을 산 클라크씨의 신상정보와 함께 차량번호,현재 위치 등이 머건양의 컴퓨터에 떠올랐다.

디트로이트에 출장 온 은행원 클라크씨는 시내 중국음식점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머건양이 컴퓨터에 "차이니즈 레스토랑"을 입력하자 중국 음식점 세곳의 위치가 전화번호와 함께 전자 지도에 떠올랐다.

머건양은 클라크씨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음식점 전화번호와 함께 최적 경로를 알려주는 것으로 통화를 끝냈다.

온스타 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에는 대쉬 보드나 룸미러 밑에 버튼이 세개 달려 있다.

하나는 콜센터로 전화하는 버튼(파란색)이고 다른 하나는 응급 구조용(빨간색)이다.

나머지 하나는 종료 버튼이다.

지난달 30일 콜센터를 찾은 기자에게 홍보담당 닉 리차드씨는 "온스타는 자동차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존재"라면서 "현재 가입자는 50만명 정도이지만 머지않아 GM차를 모는 모든 사람들이 온스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온스타 서비스로 인해 GM차는 단순한 "탈것"에서 "움직이는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변신중이다.

GM 운전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미국 어디서든 현재 위치에서 맥도널드 햄버거가게로 가는 최단거리를 즉시 알 수 있다.

시카고에 출장가 있는 남편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부인의 생일 선물을 배달 주문할 수도 있다.

호텔 예약은 기본이다.

운전자가 자동차 열쇠를 꽂아두고 문을 잠궈버렸을 경우 온스타에 연락하면 즉시 인공위성을 통한 원격 조정으로 문을 열어주는 서비스까지 해 준다.

충돌 사고로 에어백이 터질 경우 자동적으로 온스타 시스템을 통해 구조신호가 보내진다.

콜센터는 곧장 사고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 구조센터로 연락을 해 준다.

닉 리처드 홍보과장은 올해부터 선보일 온스타의 야심작 "음성 인식 서비스"를 보여주면서 "자동차 e비즈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리처드 과장은 올즈모빌 차량에 올라타 룸미러 밑에 달려있는 온스타 버튼을 눌렀다.

응답 신호가 떨어진 후 그는 "주식(Stock)"이라고 말했다.

"주식"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온스타는 차량 스피커를 통해 "다우존스 지수는 현재 1만7백24포인트.

GM 주가는 어제보다 2.62달러 떨어진 63.25달러"라고 응답했다.

"이메일(e-mail)"이라고 명령하자 온스타는 "오늘 오후 3시30분 헨리 왕씨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라고 답한다.

"오늘 저녁 약속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왕씨의 메시지까지 전해준다.

리처드 과장은 서비스 시연후 "내년부터는 이처럼 온스타를 통해 컴퓨터(Virtual Advisor)를 비서처럼 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온스타 홈페이지(www.onstar.com) 초기화면에 등장하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주인공인 배트맨과 배트맨카(배트모빌)는 GM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켜 준다.

GM은 단순히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가 아니라 인터넷을 차량에 내장한 "인터넷 카"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온스타는 자동차와 정보통신(IT)의 결합이라는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실현하려는 GM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응집체"라는 설명이 피부에 와 닿았다.

온스타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지난 96년.GM이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GM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0년대 초반 34%에서 98년에는 1920년 이후 가장 낮은 27%까지 떨어졌다.

잭 스미스 회장을 비롯한 GM 경영진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소비자의 사이버 욕구에 눈높이를 맞췄다.

자동차와 IT를 접목시키는데서 해법을 구했다.

그 해답으로 나온 것이 온스타 시스템이다.

GM의 디지털 도전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제조업계가 일본에 밀려 죽을 쑤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1985년 말.

GM은 하워드 휴즈 메디컬 인스티튜트로부터 휴즈 에어크래프트사를 인수해 휴즈 일렉트로닉을 설립했다.

인공위성 제조 및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주업무로 하는 회사였다.

GM의 정보통신 도전에 대해 당시 월가 투자자들이나 동업계는 "외도"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지금 휴즈는 온스타를 주축으로 GM의 e비즈니스를 떠받치는 중심축으로 입지를 굳혔다.

위성을 통한 고속 인터넷 서비스(DirectPC),디지털 주문 방송 서비스(DIRECTV)를 이 회사가 맡고 있다.

GM의 인터넷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투자액만 16억 달러에 이른다.

GM은 1백개의 채널을 갖춘 위성 디지털 라디오 방송(XM 라디오),세계 최대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 사업 등 광범위한 정보통신 서비스 사업을 추진중이다.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판매(GM Buypower)와 부품업체 관리(Supplier Power) 및 전자구매(TradeXchange)에서 고객과 협력업체,딜러와 회사를 잇는 전산체제를 구축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GM의 e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는 마크 호건 e-GM 사장은 "우리 회사의 e비즈니스 목표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에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호건 사장은 앞으로 5년내에 e비즈니스 연간 매출액을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2백억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디트로이트 =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