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벤처산업은 여전히 한국경제의 희망이다.

지난해 초 코스닥 열풍에 따라 우수 인력과 자본이 대이동하면서 벤처 산업은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희망의 꿈나무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경기침체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하반기들어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가 잇따라 발생,벤처기업의 불법 모럴 해저드가 도마에 오르는 곤욕을 치뤄야만 했다.

하지만 세계는 정보기술중심의 지식기반경제로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이런 큰 흐름에 맞추어 도전의식으로 무장된 벤처기업이 세계 경제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지식정보화 흐름에서는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경제위기의 극복 해법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의 벤처산업은 지난해와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올해는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는 진리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벤처산업이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신뢰회복,경영혁신,국제화라는 3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 벤처 리더들의 제안이다.

우선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길이 가장 시급하다.

지난해말 잇딴 금융스캔들의 후유증을 털어버리고 새 출발할 수 있는 첩경이기도 하다.

벤처기업인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기업을 잘 키워야 하는 선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금으로 투자받은 돈은 영원한 차입금이다.

남의 돈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전통이 자리잡지 못하면 벤처기업의 가장 큰 과제인 투자자금 유치는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와함께 기업 경영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업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투명성은 시장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투자자와의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내부 경영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내부의 기본원칙은 혁신에 있다.

구체적인 수익모델도 없이 성장성만 앞세워 기업가치가 얼마라는 식으로 주장하는 종전의 자세는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벤처기업이나 이른바 "굴뚝"이라고 표현하는 구경제 기업도 성공한 곳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점을 갖고 있다.

이는 벤처 경영도 일반기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남이 하지않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독특한 시장포지션을 구축하며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것만이 기업의 존재를 보장해준다는 것.이를 위해서 끊임없는 혁신이 긴요하다.

오늘 성공한 기업이라해도 내일의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혁신은 벤처기업의 본질인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기업내부에서 구현한 것에 다름아니다.

앞으로 한국의 벤처기업이 나아갈 방향은 국제화로 집약된다.

벤처는 국제화의 운명을 타고 났다.

기술은 끊임없이,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무기로 하는 벤처기업은 국제적으로 경쟁하고 이를 극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시장만 바라보는 우물안 개구리같은 시각으로는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기술개발에 밀려 언제 시장이 사라질 지 모른다.

설령 살아있다 해도 외국 경쟁사에 추월당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비좁은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경쟁하다가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벤처기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마켓을 바라보고 뛰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해외시장에서 마케팅활동을 시작해야 시행착오도 줄이고 선진기술을 획득하기도 쉽다는게 한발앞서 밖에 나간 벤처기업들의 경험담이다.

핸디소프트 휴맥스 등이 초창기부터 해외시장을 개척,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전략을 펼쳐야 기업의 조직이나 경영방식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에 대한 회수전략도 국제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코스닥 등 국내시장만 바라보고 투자자금을 회수하려 한다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M&A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도 아니다.

보다 넓은 시야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을 세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벤처산업의 국제화가 필요한 또다른 단면이다.

안상욱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