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레니엄의 첫 해가 저물고 있다.

벤처와 IT(정보기술)산업의 급성장이 외환위기의 탈출구 역할을 하는듯 싶었지만 구조조정 차질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경제는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독자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끌었던 주제는 역시 남북교류와 기업및 금융구조조정.

한국경제신문이 매주 월요일자에 캐리커처(안백룡 화백)를 넣어 보도한 "뉴스 메이커"에도 올해의 테마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선정된 인물은 모두 48명.

이중 12명(25%)이 기업.금융구조조정과 관련 인물이었다.

특히 현대그룹 문제와 연계된 인물들이 다수 선정됐다.

"현대 주가"란 말이 신조어로 나돌 정도로 경제가 현대에 의해 좌우됐다.


정주영 현대 전 명예회장(6월5일)과 정몽헌 현대건설 이사회 의장(4월3일)이 두 달 간격으로 나란히 뉴스 메이커로 등장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을 포함한 현대 정씨 3부자는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곤 올해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인물들이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의 분쟁, 3부자 퇴진 발표,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 등 현대는 뉴스를 끝없이 쏟아냈다.

정 명예회장이 뚫어 놓은 방북길은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더 넓어졌다.

양영식 통일부 차관(4월24일),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6월19일), 장충식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7월17일) 등 실무작업자들이 화제 인물로 선정돼 보도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10월23일)도 남북평화 무드를 타고 미 고위공직자로는 첫 방북길에 올라 뉴스 메이커가 됐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껏 들떴던 사회 분위기는 추석 이후 기업.금융구조조정 일정이 엇갈리면서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8월14일)은 취임 1주일만에 현대그룹으로부터 강도 높은 자구안을 이끌어내 ''해결사''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추석 직후엔 대우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오호근 전 대우구조조정협의회 의장(7월3일)은 지난 6월말 미국 포드사를 대우차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 ''골칫덩이'' 대우차를 국제입찰로 매각했다며 ''역시 국제통 오호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평가는 두달만에 1백80도 달라졌다.

9월15일 포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오 전 의장은 아무런 대책 없이 포드를 유일한 협상자로 선정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다 쓸쓸히 다국적 투자금융회사인 라자드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회장으로 떠났다.

현대와 대우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풀리지 않으니 금융구조조정이 원만할리 없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수장인 이근영 위원장(10월30일)은 대우차 문제에 겹쳐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취임 2개월만에 코너로 몰렸다.

은행장 중에는 김상훈 국민은행장이 뉴스메이커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1일 국민.주택은행 합병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노조원들이 행장실로 들이닥쳤다.

꼬박 이틀간 행장실에 감금됐던 김 행장은 23일 새벽 합병논의 무기 연기를 발표하고서야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은행 담당) 출신인 김 행장에게는 올해가 최악이었다는게 그 주의 화제였다.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7월10일)은 지난 6월 파업과 12월 파업을 주도한 인물로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자신을 ''노회한 정치인''에 비유하는 언론을 향해 "정부가 믿을 수 없게 나오니 우리도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농을 할 정도로 언론 감각이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금융 총파업에는 실패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주택 노조원 1만여명을 이끌고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7일을 버텼으나 여론과 추위에 물러서야 했다.

의료계 파업을 주도했던 김재정 대한의사협회장(6월26일), 낙선운동을 이끌었던 박원순 총선연대 상임집행위원(4월17일) 등도 2000년의 주목받는 얼굴로 포커스가 맞춰졌다.

지면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부도덕한 벤처기업인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도 국내 금융계를 뒤흔든 요주의 인물로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다.

박현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1월10일)과 정문술 라이코스코리아 사장(2월7일),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3월6일) 등은 연초 활황장세 속에서 희망의 인물들로 부각됐었다.

이들은 ''뮤추얼펀드''와 ''벤처기업''이라는 테마 속에서 대표 인물이었다.

물론 종합주가가 500선 밑으로 곤두박질친 요즘 상황에선 실감나지 않는 얘기들이지만 말이다.

문화계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1990년대 중반 ''아이돌(Idol.우상)'' 문화를 주도했던 서태지(9월4일)가 4년간의 도미생활을 마치고 핌프 록이란 장르로 ''컴백 홈''해 문화산업의 핵폭탄으로 재등장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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