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사외이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들은 사외이사 의무비율을 현행 25%에서 50%로 늘려야 하나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전체 등기이사를 줄여 의무비율을 맞추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어떻게 달라지나=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사외이사 비율을 현재의 25%에서 50%로 늘려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지배구조관련 법규를 강화하면서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사외이사 비중을 2000년부터 50%로 확대하려고 했으나 재계의 반발에 부닥쳐 시행시기를 1년 유예했었다.

정부가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의 절반으로 채우도록 한 것은 기업경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기업의 고심=2001년을 코 앞에 두고 자산 2조원 이상인 90여개 상장사들은 사외이사 확보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해당 대기업들은 오너 또는 경영진과 친분관계가 적거나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의 위원직을 겸직하지 않은 사외이사들을 찾느라 애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시비가 생기면서 마땅한 사외이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아예 전체 이사수를 줄여 50% 비율을 맞추는 방안 등 나름대로의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사내이사의 경우 회사의 영업활동과 법적으로 얽힌 게 많아 갑자기 축소하기도 힘들다"며 난감한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20명의 등기이사중 사외이사는 6명으로 30%선.

지금 상태라면 내년 2월말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4명 이상 늘려야 한다.

LG전자 역시 12명의 등기이사중 사외이사는 4명뿐이어서 사외이사 비율을 높여야 할 처지다.

이 회사는 LG정보통신과의 합병으로 이사 수가 전보다 늘어난 점을 감안,이사수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기이사 14명중 사외이사가 4명인 S-Oil도 사외이사 수를 늘릴 것인지 아니면 이사 수 자체를 줄일 것인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반면 현대자동차나 SK(주) 등과 같이 미리 사외이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해놓은 곳은 느긋한 상태다.

◆사외이사 운용실태=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6백38개 상장사가 모두 1천4백64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개 이상 회사에 중복선임된 1백31명을 제외할 경우 1천3백33명의 사외이사가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사외이사가 전체 등기이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6%.이 비율을 50%로 올리려면 추가로 7백여명의 사외이사가 내년에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외이사의 추천 및 운용과 관련해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대주주 또는 회사 임원들의 친분 관계 등에 의해 대부분 이뤄져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권 행사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게 부정적인 평가다.

반면 지난 5월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 당시 같은 현대계열사인 현대전자가 사외이사의 제동으로 현대건설에 자금지원을 하지 못한 것은 사외이사의 순기능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