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완전감자 파문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관련자 문책 및 소액주주 대책마련"을 지시한 이후 후속조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가와 금융계는 문책의 범위와 수위를 가늠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가하면 소액주주들은 혹시 한 푼이라도 더 건질 수 있을까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문책은 은행장들만 희생양이 될 것이고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보전할 방안은 별로 없다는게 금융계 안팎의 관측이다.

<> 문책 범위.수위 =국민 여론은 "감자는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던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 등 당국자들과 부실은행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쪽이다.

특히 8조원의 공적자금을 날리고도 책임지는 관료가 아무도 없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등은 벌써부터 문책의 화살을 피하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은 힘없는 은행장들만 문책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풀려고 해선 구조조정에 차질만 빚는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엔 총선 남북정상회담 등 정치외풍으로 공적자금 추가조성이나 감자 얘기를 전혀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또 하반기들어 구조조정 완결을 위해 잠재부실을 최대한 들춰내느라 상황이 나빠졌고 결국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얘기다.

재경부.금감위는 대통령에게 "말씀자료"를 올린 청와대 비서실에 눈을 흘기고 있다.

고위 간부는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는 보고로 인해 격앙된 민심을 달랠지는 몰라도 자칫 구조조정 원칙과 자기 판단과 책임이라는 주식투자원칙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에선 무리한 문책론으로 은행원 책임회피->대출기피->기업자금경색->기업부실화->은행부실->공적자금 추가투입의 악순환을 우려했다.

관계자는 "연말 자금난 해소를 위해 대책반까지 구성해 독려중인데 한편에선 문책론이 불거져 자금시장이 더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왜 마이너스 됐나 =9월말 공시때만 해도 자산이 부채보다 많았던 은행들이 석달도 안돼 자본잠식된데 대해 금융감독원측은 두 가지 이유를 대고 있다.

<>은행의 9월말결산 자료상의 자산평가기준이 금감원 기준과 다르고<>11.3 기업퇴출로 추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자산평가기준의 경우 은행들의 9월말 결산시에는 기업이 존속되는 것을 기준(계속기업가치)으로 자산을 평가했다.

반면 금감원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즉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장부가 1천억원짜리 부동산도 청산가치(시세)로 따지면 5백억원이 될수 있기 때문에 순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예보측의 얘기는 다르다.

예보 관계자는 "은행들은 이번 3.4분기부터 FLC(신자산분류) 기준에 따라 미래상환능력까지 감안해 대손충당금을 1백% 쌓아야 했는데도 은행들이 이를 어긴데다 금감원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소액주주 보상은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현행 상법상 완전감자 명령을 받은 은행의 주주는 한 푼도 건질 수 없으며 매수청구권도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5개은행 소액주주들에게 시가의 3분의 1 정도 가격에 매수청구권을 준 것 자체가 보상이며 이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정한 매수청구가격은 과거 서울.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내린 판결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라며 "매수청구가격을 높혀줄 경우 서울.제일은행 소송 당사자들이 가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소액주주들에게 해당 은행에 나중에 재상장될 때 우선 청약권을 주는 것이 유일한 방안인 것으로 보인다.

오형규.박수진.김인식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