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은 한시적 기구로 운영해 온 구조조정본부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그룹별로 풀어야 할 현안이 적지 않은 만큼 구조조정본부의 기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조사본부장은 "지배구조 개선으로 총수 1인 지배를 뒷받침해온 관행이 사라진 만큼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장기적인 안목의 미래 핵심 사업 투자를 위해선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고위 관리는 "구조조정본부가 독립 경영을 구축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부당 내부거래를 주도해 온 만큼 기본적으로 없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총수 1인 지배를 돕는 기구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구조조정본부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한 후 이에 맞춰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구조조정위원회 인력을 최근 25명으로 줄인 현대는 재무팀을 중심으로 서산농장 및 건물 매각 등의 작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대 관계자는 "자동차에 이어 전자 중공업이 잇따라 계열 분리될 예정이어서 구조조정위원회는 실질적으로 건설 구조조정에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구조조정본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는 등 순기능을 살려갈 방침이다.

삼성측은 아직 구조조정본부가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상장 지연에 따른 삼성자동차의 부채문제를 처리해야 하고 상용차 인력도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LG 구조조정본부는 현재 재무개선 경영지원 인사지원 사업조정 등 4개팀 42명으로 구성돼 있다.

SK는 구조조정본부의 임원들로 하여금 주요 계열사의 업무를 겸직토록 하는 등 조직을 탄력적으로 이끌어 간다는 전략이다.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 기능이 있는 조직을 없애긴 어렵지만 정부가 시한을 정해 없애라고 한다면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