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김순택 대표는 조인식후 "이번 계약이 우리 제의로 이뤄지긴 했지만 1주일만에 NEC가 응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과 제조능력을 일본업체가 인정했다는 얘기다.

특히 합작조건도 삼성이 51%의 지분과 대표이사 선임 등 경영권을 갖고 본사와 공장을 삼성SDI의 부산 사업장에 둔다는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NEC가 이번 합작에 더 목말라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점때문에 전자분야에서 앞으로 일본의 기초기술력과 한국의 제조기술및 마케팅력이 결합된 삼성-NEC 유형의 합작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작은 영상장치분야 장래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유기EL은 현재는 시장성은 없지만 동영상 이동전화인 IMT-2000 서비스가 본격화될 2003년부터 엄청나게 시장이 커질 차세대 제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초대형 고성능 제품(액티브 매트릭스)이 양산될 시기인 2003년께엔 전세계 시장이 연간 4천8백만개,2004년엔 8천8백만개 등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 참여한 일본 한국 대만 미국 등 전세계업계는 이런 시장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미래 시장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

차세대로 꼽히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워낙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어서다.

섣불리 단독투자를 감행하다 실패할 경우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양사가 앞으로 5년간 5천억원을 투자한다는 점도 투자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양사가 서로 손잡고 대규모 투자와 생산에 나설 경우 시장이 빠르게 형성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이 경우 두 회사는 제품양산에 들어가는 시기부터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장 지배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또다른 투자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양사는 이러한 미래시장에 대한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보증보험에 드는''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