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사개혁부터 해야 ]

공기업 방만경영의 핵심에는 낙하산 인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우선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사장취임 저지투쟁에서 부터 시작된다.

공기업 사장으로 정치권 인사 등 비전문가가 임명되면 노조는 즉각 출근저지 투쟁에 돌입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이렇게 되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을 두려워 한 신임사장은 노조 무마를 위해 무언가 선물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노조 입장에서는 출근저지 투쟁을 통해 ''선물''도 챙기고 ''사장길들이기''도 하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셈이다.

낙하산 인사로 기용된 사장이 경영을 잘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사장직 유지나 연임에 있어 경영성과 보다는 정권핵심의 신임이 관건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량경영이나 경비절감, 수익성 제고를 통해 경영성과를 내려다가 괜히 노조와 분란을 일으켜 ''문제 사장''으로 낙인찍히기 보다는 정권실세와의 친분유지를 통해 자리보전에 나서게 마련이다.

특히 과거 5,6공시절같이 군출신 인사 등 핵심실세가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될 경우 더 큰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주무부처, 감사원 등 감독기관은 안중에도 없는 독단경영으로 경영실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아울러 직원들의 사기저하에 따른 생산성 저하도 심각하다.

툭하면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봐야 사장 등 최고 경영진까지 올라가기가 힘들어 일할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낙하산 인사는 많은 폐해가 있다는 것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지만 정권이 수없이 바뀌어도 근절은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역대 정권이 공기업을 논공행상에 따른 자리마련처로 악용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야당시절 낙하산 인사근절을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했던 현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임명권자의 확고한 의지없이는 공모방식 도입 등 아무리 제도적인 보완을 해도 이의 근절은 불가능하다.

최근 법에 따라 공모한 가스공사 사장에 전공과 전혀 무관한 정치권 인사가 임명된 것이 단적인 예다.

낙하산 인사가 횡횡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개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공기업 개혁은 낙하산 인사근절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최경환 (經博)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