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듬해인 지난 1946년,한국의 수출은 3백50만달러 남짓했다.

한해 수출액이 요즘 웬만한 중소기업의 수출실적에도 못미쳤다.

액수도 보잘 것 없었지만 수출 품목도 오징어 활선어 철광석 등 수산물과 광산물이 대부분이었다.

초라한 모습으로 출발한 한국의 수출은 올해 10월말 현재 1천4백26억달러로 늘어났다.

주력 품목도 반도체,컴퓨터,자동차 등 선진국형 고부가상품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반세기동안 수출은 4만배나 늘었다.

해마다 평균 23%씩 증가한 셈이다.

세계 최고의 기록이다.

수출은 자원과 외화가 부족한 우리 경제에서 소득증가,일자리 제공,외화수입원의 원천이었으며 고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왔다.

98년 이후 무역은 수출증가에 힘입어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흑자로 전환됐고 그후 3년간에 걸쳐 총 7백24억달러의 흑자를 달성함으로써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수출 변천사=한국이 60년대 사실상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발을 들여놓으며 내놓은 수출제품은 대부분 원자재였다.

61년 4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릴 당시 10대 수출품목중 철광석과 중석이 1,2위를 차지했다.

60년 21%였던 공산품 수출비중이 69년에 81.4%로 치솟으면서 섬유제품이 수출주력군으로 부상했다.

70년에는 섬유와 합판 가발이 나란히 수출 1,2,3위로 뽑혔다.

75년에는 섬유가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전자제품이 2위로 수직상승했다.

또 정부가 중화학산업 육성책을 펴면서 합성수지제품이 10위로 부상했다.

77년에는 구호로만 가능해 보였던 "1백억불 수출"을 달성했다.

80년대에도 수출 1위품목은 여전히 의류였으나 비중은 75년 36.2%에서 16%로 급감했다.

선박의 수출이 급격히 늘었으며 반도체가 10위 품목안으로 편입되면서 80년대에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수출액도 79년 4억2천6백만달러에서 89년에는 40억2천3백만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동안 컴퓨터와 자동차의 수출이 10위 안으로 진입했다.

90년대에는 반도체가 2위로 뛰어올랐고 컴퓨터도 21억7천8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며 8위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12번째로 수출 1천억달러를 달성하는 위업을 이룬 95년의 대표주자는 반도체와 자동차.석유화학제품과 선박이 나란히 3,4위를 차지했다.

불안정한 세계경제의 환경속에서도 1백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올해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이른바 IT(정보통신)제품의 약진.컴퓨터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제품인 자동차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섰으며 무선통신기기도 지난해보다 한단계 올라서 5위를 차지했다.

<>IT와 생명,환경공학으로 승부내야=최근 한국의 산업구조가 지식기반산업으로 이행되면서 수출구조의 첨단산업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현재의 주종 수출품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수출전략 상품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지식기반산업 가운데에도 21세기에는 정보통신기술 및 멀티미디어 관련산업,생명공학,환경공학 등이 유망산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1세기 수출전략상품도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우리의 기술력과 시장성을 감안해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기기와 디지털 가전의 경우 아직은 초기 시장단계에 머물러 있어 주로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에만 시장이 형성돼 있으나 제품에 따라서는 세계시장의 규모가 향후 2년 이내에 5~10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미디어 광통신부품 광통신시스템 등 광통신분야도 유망 산업군의 하나다.

재활용 및 발효기술제품 등과 같이 바이오기술을 이용한 오염물질 분해사업도 21세기 유망 수출분야다.

시장의 성장성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환경산업의 발전과도 연관해 많은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신수출상품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세계 일류상품 또는 일류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는 부문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로서는 신수출상품을 개발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정비하고 경영자원이 효과적으로 동원돼 기술개발과 설비확충을 위한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적지않은 만큼 이를 완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는 일도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