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경착륙(경기급랭)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9일 지난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2.4%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는 4년만에 최저치이며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2.7%)보다 낮은 수치다.

기업들의 3.4분기 세후수익 증가율도 0.6%로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상무부는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체감 정도를 보여주는 소비자 경기신뢰지수도 11월에 133.5로 지난달보다 2.3포인트 떨어져 작년 10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월중 내구재 수주는 전달보다 5.5% 감소했다.

이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증권사들은 기업들의 투자등급을 연일 깎아내리고 있다.

특히 "신경제 신화"의 주역이었던 첨단기술주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전망이 악화되는 첨단업종=지난 4월 인터넷 주가폭락사태를 몰고 왔던 야후 e베이 아마존 등 인터넷 대표주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등급 하향은 반도체 PC 네트워크 통신장비 등 첨단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월가를 휩쓴 투자등급 하향조정 바람은 반도체업종에서 시작됐다.

9월22일 살로먼스미스바니와 CIBC가 인텔의 투자의견을 전격적으로 끌어내리는 바람에 월가는 ''인텔쇼크''에 빠지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기둔화 조짐으로 PC판매 전망이 나빠지고 있어 반도체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적전망이 어두워진 델컴퓨터 애플컴퓨터 등 PC메이커들도 덩달아 투자등급이 깎였다.

야후 e베이 루슨트테크놀로지 시스코시스템스 등 인터넷 및 정보통신업체들의 실적전망과 투자등급이 수차례에 걸쳐 낮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기둔화 여파로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줄어들면 이들 업체의 실적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그나마 잘 나가던 주니퍼네트웍스 등 네트워크업체들까지 된서리를 맞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최근 3개월새 첨단기술주 투자등급 강등바람 탓으로 나스닥지수는 연중최저치로 내려앉은 상태다.

28일 나스닥지수는 2,734.98을 기록,작년 10월 중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조셉탈 라이온&로스증권의 수석투자분석가 래리 라이스는 "미국 경기하강 추세로 볼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첨단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첨단업체들에 대한 뭇매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여전히 잘 나가는 첨단업종=요즘 월가에서 바이오(생명공학)주는 ''안전지대주(株)''로 불린다.

대부분의 첨단업종 주가가 곤두박질쳤는 데도 바이오주는 여전히 ''주가상승''상태에 있다.

이달들어 아멕스 바이오테크지수는 15% 정도 떨어졌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60% 가량 오른 상태다.

나스닥지수가 연초대비 34%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바이오주 펀드매니저인 크리스 제너는 "최근 바이오테크주 사이에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분위기이지만 다른 첨단분야에 비해서는 여전히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