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증권가의 오래된 속설이다.

루머가 관심을 끄는 것은 ''희소성''과 ''은밀성'' 때문이다.

루머는 일부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묘한 마력을 갖고 있다.

입을 통해 유포되는 과정에서 몇배로 확대 증폭되기도 한다.

호재성 루머가 퍼지면 관련 종목의 주가는 용솟음치고 악재성 루머에 시달리는 기업의 주가는 죽을 쑤기 일쑤다.

증권가에서 루머가 생산되는 과정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는 ''사실''에 기초한 루머생산이다.

회사관계자나 대주주, 또는 채권자들은 기업의 영업및 경영활동에 대한 정보에 근접해 있다.

이들이 무심결에 던지는 한마디는 루머로 돌면서 확대재생산된다.

''외자유치설'' ''제3자매각 임박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조기 졸업설''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외자유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해당사자들의 수정작업을 거치면서 ''외자유치가 임박했다더라''로 변질된다.

두번째는 특정 종목의 시세조종을 위한 인위적 루머유포의 경우다.

이른바 ''작전''을 하려는 세력들은 시의적절한 루머를 퍼뜨리는게 보통이다.

첨단기술주가 한창 각광받을때 ''인터넷사업 진출설''을 흘리거나, 실적이 관심사로 부상했을 때 ''대규모 수주설'' 등의 루머를 퍼뜨리는 게 대표적이다.

세번째는 경쟁기업을 겨냥하고 역(逆)정보를 유출하는 경우다.

특정 사안에 대해 경쟁이 붙었을 때 종종 나타난다.

LG그룹의 경우 IMT-2000사업 등을 위해 일정 자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자금난으로 확대과장됐다는 시각이 많다.

일단 증권가에 나온 루머는 기업및 증권사의 정보담당자회의에서 집대성돼 ''종목정보''라는 이름으로 증권사 창구나, 인터넷 사이트, 투자자들의 입을 통해 빠르게 유포된다.

그러나 증권가에 유포되는 루머의 80∼90%는 사실과 다르다는게 정설이다.

사실과 다른 루머로 인한 투자자와 해당 기업의 피해는 엄청나다.

루머만 믿고 투자한 투자자는 루머가 거짓으로 판명됐을때 상당한 손실을 보곤 한다.

특히 자금난설에 휘말린 기업은 금융기관이 앞다투어 자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진짜 자금난''에 봉착하기도 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