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한때 의욕을 갖고 추진해온 주요 민생.개혁 법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입안 과정에서 민주당이 지나치게 이익단체들의 눈치를 보거나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이 공약만 남발하다가 정작 입법과정에서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외국인 근로자 보호대책을 마련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당내 정책기획단을 구성, 현행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가칭 ''외국인 근로자 보호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고용허가제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은 21일 "고용허가제와 관련해 당내 중소기업특위에서 연기 내지 보류를 요구해와 문제점을 보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회기내 법 제정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 97년 대선 공약을 통해 마사회의 농림부 이관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책위의장이 수차례 법을 개정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지난해 적극적으로 심의에 임하지 않아 15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됐다.

당 관계자는 최근들어 "당 지도부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며 심의 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농민단체들은 "여당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법안까지 제출하면서 소액주주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열의를 보였던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갈등이 심화되자 관망자세로 돌아섰다.

재경부의 입법 추진에 법무부가 반대했으나 민주당이 이견 조율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회기내 입법은 물건너간 분위기다.

참여연대 이승희 정책부실장은 "지난해 의원발의 법안까지 만들었던 여권이 정기국회 폐회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예고 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익단체의 로비를 받았거나 법 제정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인권단체와 법무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인권법 제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권법은 집권 초기부터 추진돼 왔으나 인권위원회의 국가 기구화를 바라는 인권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법무부의 입장차를 무려 2년반이 되도록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