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경제분야 이틀째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우리경제가 만성적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남미형'' 모델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한 후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또 무사안일로 일관하는 관료주의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강하게 흘러나왔다.

이한동 총리는 답변을 통해 "남미는 빈부격차 및 기득권의 저항으로 구조개혁을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금융구조조정이 부진해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남미형 같은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진념 재경부 장관은 추가공적자금 소요규모와 관련, "동아건설과 대우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추가예상 공적자금 소요규모는 2조∼3조원으로 추정되나 공적자금 회수노력을 강화해서 국회동의를 요청한 범위(40조원) 내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또 "증시를 활성화하고 공적자금 추가투입 등으로 은행가치를 높여 오는 2002년 하반기까지 공적자금을 회수하도록 IMF(국제통화기금)와 합의했다"고 밝히고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을 위해 처벌규정을 5년이하와 3천만원이하로 강화하며 과징금 한도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답했다.

◆ 중남미화 양상 뚜렷 =여야 의원들은 한국경제가 금융경색, 증시침체, 유가상승 등 대내외 요인이 겹쳐 만성적 경제위기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는 ''위기경계 경보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면서 국내 자원의 ''탈한국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점차 외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처지에 있다"며 이는 ''한국경제의 남미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도 "이러다가 우리 경제가 만성적 경기침체에 빠진 중남미나 10년 가까이 신용경색과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처럼 되는게 아니냐"고 거들었고 자민련 이완구 의원은 "정책 혼선과 도덕적 해이 등으로 IMF때보다 더 큰 위기와 불안을 국민들은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민국당 한승수 의원은 "우리나라가 중장기적으로 ''남미형 정치사회불안''과 ''일본형 장기경기침체''가 뒤섞인 ''혼합형 위기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관료, 변해야 한다 =무사안일한 관료주의로 개혁의지가 강한 현 정권에 벌써부터 ''개혁퇴색''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민주당 김택기 의원은 "공무원의 의식개혁 없이는 공적자금을 앞으로 얼마를 투입하든, 어떠한 훌륭한 개혁프로그램이 나오든 간에 모두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프랑스 혁명, 볼셰비키 혁명, 페레스트로이카 등은 모두 기존 관료체제를 타파하려는 대중적 요구의 반영이었다"며 관료주의 쇄신책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또 "이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인사에 대해 분명한 목표를 부여한 후 엄격한 평가를 통해 임면하는 계약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은 "대통령 한 분께 매달려 눈치만 보며 우왕좌왕했던 각료들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며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국정의 실패를 통감해 즉각 총사퇴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지적해야만 경제부처들이 위기를 느끼고 움직이는 상황이라면 정말 문제"라며 "경제위기 경보는 대통령이 아니라 경제부처에서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