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칠레와 멕시코 뉴질랜드 등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우리 경제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세계 추세''에 발빠르게 적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14일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을 조기에 체결키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그동안 진행해온 실무차원의 협상 결과를 토대로 쉽게 ''합의''에 이르렀다.

현재 양국간에는 농산물의 수출입 조건에 관해 다소 이견이 있으나 협상 타결을 위해선 "양보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지금같은 추세로 가면 내년말까지 양국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가 칠레를 첫번째 자유무역국가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양국의 산업이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

게다가 계절이 반대여서 두나라의 농산물 출하시기가 다르다는 점도 감안됐다.

상호간에 주는 충격이 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칠레로부터 농산물 1천5백만달러어치를 포함해 모두 8억5천만달러어치를 수입했으며 농산물중 대부분은 포도다.

우리 정부는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일부 포도재배 농가의 피해가 예상되나 공산품 수출이 그만큼 크게 늘어나 이득이 손실을 훨씬 웃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칠레산 포도가 들어올 수 있는 조건을 개선해 주는 대신 한국산 공산품을 큰 ''장벽'' 없이 칠레에 수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통령은 이날 에르네스토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체결을 논의했다.

멕시코는 한국과 칠레간의 진전상황을 봐가면서 곧바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멕시코에 대해서 20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3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면서 "양국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이런 교역규모가 확대 균형쪽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은 현재 멕시코에 12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대양주 국가''인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총리와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양국간 교역을 확대균형 쪽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금명간 실무차원의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브루나이=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