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발표와 대우차 부도 등의 여파로 시중자금이 안전한 자산에만 몰리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현상(flight to quality)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채권시장에선 국고채 금리가 폭락세를 보이며 지표금리가 연중 최저치 경신행진을 거듭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하룻새 0.27% 포인트나 떨어지는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채권딜러들은 "시중자금이 안전성을 찾아 국고채와 통안채 등 위험이 없는 투자처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 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채선물가는 상장이래 최고가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채 시장에 대한 열기는 높아가는 반면 회사채 시장의 그림자는 더욱 깊어가고 있다.

일평균 채권 전체거래 규모 17조원중 회사채는 5천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량물과 비우량물간 괴리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AA-급 우량 회사채와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인 BBB-급 회사채간 금리격차는 지난 9월말 2.20%포인트에서 지난주엔 3.30%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퇴출기업 발표 이후 기업부문에 신용위험도가 커지고 있다"며 "국채나 일부 극소수 우량회사채에 대한 매입수요만 강해질 뿐 나머지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별 수신에도 위험회피 현상은 뚜렷하다.

시중자금의 은행으로 집중되며 은행의 실세 총예금 잔고는 4백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달들어서 6일까지 2조7천억원 이상 늘어났다.

반면 투신사와 은행신탁에선 계속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고객들이 지속되는 금융 구조조정과 내년부터 실시되는 예금부분보장제를 앞두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계 진단이다.

이번주 금융시장의 관심은 금리의 동향에 쏠려 있다.

금리 향방은 현대건설 문제 등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또 연말이 가까와지면서 내년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를 앞둔 시중자금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