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대선에서 확고부동한 승자가 가려지지 못함에 따라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다우존스통신은 8일 조지 부시 공화당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중 누가 최종 당선되더라도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뜻대로 경제정책을 펴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린스펀 의장에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웰스파고은행의 손성원 수석부행장은 "차기대통령 선출을 둘러싸고 여론이 양분된 상황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경제정책의 결정자 내지는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며 "그의 말 한마디가 정책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금융기관인 본드토크닷컴의 앤서니 크레센지 사장도 "차기정부는 경제정책 수행과정에서 그린스펀 의장의 지원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와관련, 미국대통령의 리더십 약화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를 촉발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력뿐 아니라 리더십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리더십 약화가 미국정부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국제자금이 미국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경제가 본격 하강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3천6백억달러의 경상적자 문제가 불거지면 달러가치는 더 빠르게 추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IBJ랜턴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존스는 "아직은 미국경제가 유럽 일본 등에 비해 탄탄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달러강세 기조가 유지될 수 있으나 2년여 후에는 달러가 약세통화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