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등 6개 비우량은행에 대한 처리방침이 확정됨에 따라 은행 산업은 IMF 직후에 이어 또 한번의 지각변동을 겪게 됐다.

한빛 평화 광주 제주은행 등 정상화계획을 승인받지 못한 4개 은행을 처리하기 위한 정부주도의 거대 금융지주회사가 내년 초에 등장하게 된다.

이에 자극받아 우량은행간 합병이나 독자생존 은행의 자발적인 금융지주회사 방식 통합도 예상된다.

공적자금이 다시 투입될 한빛 광주 제주 평화은행은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도 피하기 어렵다.

은행권에서 연내 3천명 가량의 인력감축도 예정돼 있다.

◆ 은행산업의 지각변동 =국내 17개 시중.지방은행들은 이제 대형화와 틈새시장에서의 전문화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느 은행도 내년 이후 자기의 모습을 자신있게 그리지 못한다.

기껏해야 제일은행(뉴브리지의 독자경영) 신한은행(독자 금융지주회사) 정도만 방향이 서 있다.

급류속에 자기 은행을 올곧이 지켜낼 은행은 극소수라는 얘기다.

한미은행은 오는 15일 전후로 칼라일-JP모건의 증자대금이 들어오면 하나은행과의 금융지주회사 방식 통합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주택은행은 신한은행같은 우량은행과의 합병을 원하고 있으나 퇴짜를 맞아 하나.한미은행의 1차 통합 뒤 합류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강상태다.

국민은행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조흥 외환은행이 부실을 털어내고 BIS 비율을 10% 이상으로 높여 클린뱅크가 되면 합병대열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우량은행과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부산 대구 경남 전북 등 4개 지방은행도 독자생존의 터전만 닦았을 뿐 미래를 자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뿌리를 둔 소형 은행으로서 상호 업무제휴를 통해 연합하는 전략을 강구할 가능성도 있다.

◆ 금융지주회사 잘 될까 =한빛 광주 제주 평화은행 등 4개 은행은 내년 2월 금융지주회사로 묶여 구조조정이 추진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주회사 밑으로 들어가면 고객들은 안심해도 된다"며 "지주회사 통합 뒤 순차적으로 기능 인력 점포 전산(IT)을 개편해 오히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너지(연쇄상승) 효과보다는 부실처리를 위한 ''묶음''이어서 제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금융연구원 고성수 박사는 "금융지주회사의 획기적인 경쟁력확보 계획을 보여줘야 우량은행들에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원근 예금보험공사 금융분석부장은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로 편입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본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은 "대형화 겸업화 종합화 추세속에 지주회사라는 방향은 옳지만 향후 운용방향이나 민영화 등에 대한 밑그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공적자금 더 필요하지 않나 =한빛 광주 제주 평화은행은 경영정상화계획서에서 모두 4조2천5백억원의 공적자금을 요청했다.

여기에다 대우자동차 동아건설 등 부실기업 처리에 따른 추가손실로 대략 6조원 가량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는 공적자금 40조원을 추가조성키로 한 당초계획에 잡힌 은행부실 처리용 6조1천억원에 버금간다.

그러나 4개 은행에 공적자금을 다 넣고 나면 서울은행에 투입할 1조원 가량이 부족하게 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