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언제까지 이렇게 휘둘릴지...불안하기만 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K과장은 6일 오전 갑자기 해외매각설이 나오자 이렇게 푸념했다.

현대가 현대건설에 대한 자금지원을 위해 알짜배기 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팔 것이라는 소문을 두고한 얘기였다.

물론 이 회사는 지난 5월 발표된 현대그룹의 1차 구조조정계획에서 해외매각이 결정됐었다.

당시 직원들은 그룹이 살기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는 분위기였다.

미쓰비시처럼 선진 업체에 인수되면 경영여건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가 매각이 지연되면서 직원들은 그 배경을 궁금해했다.

의문은 곧 풀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벌어들인 상당액의 이익을 현대그룹에 쏟아부었다.

지난 7월 2백70억원을 현대건설에 빌려준데 이어 9월에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위해 9백49억원 상당의 현대전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했다.

또 최근에는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상선 주식(15.16%)을 3백80억원에 사들이면서 상선의 1대주주로 올라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결과적으로 과거 10년치의 순이익을 모두 쏟아부은 꼴이 됐다.

아무리 우량 기업이라지만 자본금 2백80억원짜리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지원규모가 아닐 수 없다.

"직원들을 더욱 절망케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K과장은 요즘 생산현장 분위기가 엉망이라고 토로했다.

열심히 일해봤자 부실계열사로 모든 과실이 돌아가는 분위기에서 누가 일할 맛이 나겠느냐는 얘기였다.

이 때문에 주가가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져도 IR(기업설명회)를 개최할 엄두도 내지못한다고 한다.

작년 한때 3만5천원을 웃돌던 주가는 7천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회사 고위관계자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말문을 닫았다.

물론 회사를 살리기위해 금모으기 운동에 나선 현대건설측에서 보면 현대엘리베이터 직원들의 푸념은 차라리 호사스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실계열사와 한 그룹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이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은 결코 현대건설에 못지않다.

조일훈 산업부기자 jih@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