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일본 2위의 자동차 메이커인 닛산의 카를로스 공 사장은 30일 도쿄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 동안 2천7백억엔의 순익을 올린 데서 나온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닛산으로서는 4년 만의 흑자다.

더욱이 지난해 같은 기간 3천2백55억엔의 적자와 비교하면 말그대로 ''부활''이다.

닛산이 이날 발표한 상반기 실적은 여러 면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업이익은 2배 늘어난 2천2백억엔,1.9%였던 영업마진율은 4.5%로 뛰었다.

추락하던 주가는 올들어 42%나 치솟았다.

지난해까지도 ''파산의 벼랑''끝에 몰려 자동차업계 퇴출 1호로 지목됐던 닛산으로서는 대변신이다.

이 역전드라마의 주역은 벽안(碧眼)의 공 사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르노가 닛산지분 36.8%를 인수하면서 파견한 경영자.

서구식 경영을 일본 대기업에 접목시킬 외국인 경영자란 점에서 그는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공장폐쇄,비인기 모델 생산중단,인원삭감….

예상대로 일본식 경영의 파괴가 줄을 이었다.

''3R(reduction:절감)''를 기둥으로 하는 회생 청사진도 내놓았다.

오는 2003년까지 부채의 절반(7천억엔),부품 및 원자재 비용 1조엔,인원 2만1천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과는 눈부셨다.

2000회계연도 상반기 동안 총 1천9백20억엔의 비용을 줄였다.

1년반 만에 빚도 2천억엔이나 갚았다.

해외판매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중 미국 12.2%,유럽 4%,아시아 및 기타 각국에서 20%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전체로는 5.7% 늘어났다.

원가절감과 해외판매 확대를 양대 원동력으로 닛산을 만성적자에서 구출해 낸 것이다.

그러나 닛산의 고질병이 ''완치''된 건 아니다.

최대 골칫거리인 내수부진의 골은 오히려 깊어졌다.

상반기 내수판매는 9.4% 줄었다.

2년 전만 해도 20%를 넘던 닛산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26년 만에 가장 낮은 17.4%로 떨어졌다.

공 사장은 회생성공으로 벌어들인 순익을 신차 및 신기술 개발에 투입,일본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오는 2002년까지 내놓을 22개의 신차모델 중 15개를 일본시장에 출시하기로 했다.

1천명의 엔지니어를 추가로 뽑고 8백50억엔을 투입,차세대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르노는 이제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중심''의 처방으로 닛산병 치료 1단계를 끝냈다.

앞으로 2단계 치료에서는 판매확대 위주의 ''성장전략''이란 고난도 의술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인수한 한국의 삼성자동차도 르노의 치료능력을 확인시켜 줄 또 하나의 시험무대다.

2단계 닛산치료에 성공하고 삼성자동차도 회생시키면 르노식 경영이 ''아시아 대기업병의 특효약''이란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