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던 정부가 27일 <>집단소송제은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도입 <>집중투표제는 의무화하지 않되 보완책 마련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시민단체와 재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안인만큼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평가다.

집단소송제는 "도입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유예기간을 둔뒤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유동적인 방안을 제시해 "도입"과 "유보"라는 평가가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집중투표제는 부작용을 감안,의무화 하지 않기로 해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소액주주 추천 후보의 이사후보 의무화 등 시민단체를 달랠 수 있는 몇가지 당근책도 제시했다.

<>집단소송제 단계적 도입=경제장관들이 구체적인 도입계획을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아닌 법무부에게 위임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법무부가 그동안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던 점을 감안할 때 도입 속도가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둔 뒤 30대그룹 계열사 중 상장회사나 자산규모가 일정액 이상인 회사부터 실시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법무부의 이날 기자브리핑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했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제 도입에 합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예기간을 둘 것이고 규모가 큰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며 "유예","단계적"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않는다=이 제도는 우리나라에 이미 도입돼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정관에다 "집중투표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조항만 만들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데 있었다.

집중투표제를 기업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던 정부는 이날 결국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사회 분열로 경영효율이 떨어지고 모든 이사의 선임시기와 임기를 일치시켜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소액주주들이 지금보다는 쉽게 집중투표제 채택을 요구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먼저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규정을 대주주의 협조 없이도 폐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 폐지안건에 대해서는 지분율 3% 이상 주주는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또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규정을 마련해 두지 않은 기업의 경우 소액주주가 실시를 요구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3%(지분율) 이상 주주가 요구해야 하는데 1% 이상으로 하향조정키로 했다.

아울러 소액주주가 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경우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반드시 그 후보를 주총에 후보로 추천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소액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이사후보가 주총에서 아예 후보로도 오르지 못하는 것만은 막겠다는 뜻이다.

<>사외이사 제도 개선 등=사외이사가 기업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해당기업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금전거래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또 사외이사의 보수와 활동내역을 주주들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부는 아울러 총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상장.코스닥기업의 경우 중요의사결정 사항을 반드시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명시하기로 했다.

중요의사결정 사항의 예로는 "단일거래 규모가 자산 또는 매출액의 1% 이상인 거래의 경우"를 들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