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19일 현대건설의 전환사채(CB) 인수문제를 포함,현대건설을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는 정부 및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대건설 문제는 현대중공업 등이 부담을 지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특히 중공업과 자동차는 증권가와 외국계 은행들에서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으로 동반부실해질 것''이란 예상이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중공업 등의 지원과는 관계없이 자구안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전문가들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열분리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해외업체의 지분참여및 사외이사제 강화 등으로 달라진 경영체제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해외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하는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정몽구 회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원리를 충실히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의 전환사채를 인수할 수는 없다"고 지원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몽구 회장은 "형제간 화해는 가족문제인 만큼 공(公)과 사(私)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전환사채든 후순위채든 현대아산을 비롯한 현대건설의 보유주식 매입이든 어떤 지원도 지금의 경영여건 아래선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설사 자동차에서 투자목적으로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믿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현대중공업=이날 이사회에서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현대중공업지분(6.93%)과 현대정유 지분(4.59%)을 인수하겠다고 결의했지만 이는 ''지원'' 성격이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공업 지분은 경영권보호 차원에서 시가로 인수하는 것이며 정유지분 인수는 현대중공업이 제2대 주주로서 경영실적이 좋은 점을 감안해 투자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포함,어떤 계열사에 대해서도 지원은 없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이는 이미 현대전자와의 소송에서 분명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반응=미국계인 베인 앤드 컴퍼니 컨설팅의 최진환 컨설턴트(기업 구조조정 담당)는 "같은 현대 계열이라는 이유로 부실의 짐을 나눠 지라는 주장은 기업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삼성자동차의 부실을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동반으로 떠안았을 때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거 처분했던 일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건설 지원으로) 상대적으로 건실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신호로 비쳐질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현대건설의 자금조달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상훈 동원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구조조정이란 부실을 떨어내는 것인데 계열분리로 ''딴 살림''을 차린 현대자동차를 현대그룹 문제에 연계시키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희수 기자 m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