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후 최대의 외교행사로 평가되는 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20일 개막된다.

이번 회의는 1,2차 회의에 이어 두 대륙간 협력체로서 ASEM의 틀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6.15 공동선언 이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아시아.유럽국가들의 긍정적 평가를 재확인하고 지지를 이끌어 냄으로써 남북관계 진전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무엇을 논의하나 =이번 ASEM은 크게 3가지 협력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20일 오전에는 정치대화 강화, 오후에는 경제.재무 협력증진, 21일 오전에는 사회.문화 등 여타분야 협력증진을 주제로 논의한다.

모든 문제를 개방적으로 논의한다는 원칙에 따라 정해진 의제는 없다.

다만 원활한 운영을 위해 회원국들이 미리 예시의제를 마련했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두 지역의 안보정세와 유엔의 역할 등 국제적 사안, 군비통제.군축.핵 비확산 등 안보문제, 세계화와 21세기 국제정치.경제 질서 수립 등이 의제로 예시됐다.

사회.문화 등 여타 분야의 협력증진을 위해서는 학생 교류 등 문화적.지적.교육 교류의 증진 방안이 논의된다.

세계화에 따른 빈부격차 해소 및 사회안전망 개선 등 사회분야의 협력증진 방안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환경, 인적자원개발, 초국가적 범죄, 여성.아동복지 등 범세계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공동대처방안이 모색된다.

회원국들이 제안한 신규사업 중에서도 돈세탁 방지사업(영국.태국),환경장관회의(중국.독일), 부패방지사업(중국.영국) 등 주목되는 의제들이 적지 않다.

◇ 관심끄는 경제 관련 의제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경제관련 의제들이다.

최근 들어 두 지역간 경제협력 및 교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분야 의제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강화와 개방적 지역주의 확대, 금융안정 및 경제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협력, 유가급등과 관련한 석유 등 에너지 공급 안정, 과학기술 분야 협력 등을 위한 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지식.정보화 및 세계화에 따른 협력강화 방안도 다뤄진다.

특히 한국이 신규사업으로 제안한 트랜스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사업과 국가간 정보격차 해소사업 등이 구체적으로 토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초고속 통신망사업은 아시아와 유럽간 초고속 통신망 구축을 통해 두 지역 연구소간 공동연구 등으로 정보기술교류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 등 여러 국가들이 동의한 상태여서 ASEM의 구체적 사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한반도 문제, 중심의제로 부각 =이번 회의에선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이 채택된다.

최근 유엔총회에서의 한반도 관련 결의 등에 이어 ASEM에서도 6.15 공동선언 이후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화해와 협력과정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하게 된 것이다.

이 선언에는 최근 한반도문제 진전상황에 대한 평가와 ASEM과 북한과의 관계진전을 위한 양측의 노력 등이 언급된다.

특히 김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화 및 남북 화해.협력을 이끈 공로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여서 ASEM에서의 한반도 문제 논의는 더욱 비중이 커졌다.

◇ 의미와 전망 =이번 3차 ASEM은 한국이 아시아.유럽간 협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 중점추진 사업 등을 담은 ''2000 아시아.유럽 협력체제(AECF 2000)''를 채택함으로써 두 지역간 협력의 틀이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의 가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도 미래지향적 발전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ASEM의 중요 관심사로 부각시킴으로써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