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심리적 지지선인 유로당 0.84달러마저 무너지면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18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전날의 유로당 0.8550달러에서 장중한때 유로당 0.832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0.8386달러에 마감됐다.

이로써 지난해 1월4일 유로당 1.1828달러로 출범한 유로화는 2년도 채 안돼 30% 가까이 하락했다.

◆원인=무엇보다 미국경제상황이 상대적으로 유로존(유로화 도입지역)경제보다 좋은 데다 금리도 미국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투자자금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유로화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고유가와 증시폭락으로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으면서 ''그래도 믿을 곳은 미국뿐''이라는 심리가 팽배한 것도 유로화 보유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16일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중동사태로 유로화가 급락해도 시장개입은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도 유로화 하락에 일조했다.

◆전망=유로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올들어 6차례에 걸친 ECB의 금리인상과 지난달 미국·일본·유럽의 공동시장개입에도 불구,유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유로화 신뢰''가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정부가 달러약세로 인한 인플레를 우려,유로부양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유로화 추가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로렌스 서머스 미재무장관도 18일 ''강한 달러''를 재강조,미국이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릴 의도가 거의 없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영향=유럽시장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미 제록스 IBM 등 미국의 주요기업들은 유로화 약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유럽지역에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일본과 한국기업들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약세에 따른 미기업들의 실적부진으로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CB의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유로존에 인플레 압력이 높아져 유럽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도 저(低)유로화의 부작용이다.

이 때문에 유로화가치 하락이 ''세계경제 동반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