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합이 1조원 대의 울산 제2공장을 해외매각하기로 했다.

고합 관계자는 18일 "울산 제2공장의 필름공장과 PTA공장,원사설비 일부분의 매각 협상을 유럽 일본 미국 등 해외 여러 기업들과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필름공장은 러시아 기업과,PTA공장은 미국 일본계 업체들과 각각 접촉하고 있다"며 "이들 공장은 최신 설비에 생산성도 좋은 편이어서 좋은 조건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 제2공장의 가치는 총 1조5천억원(회사측 평가)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협상 과정에서 다소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고합은 또 원사공장을 해외에 단계적으로 이전함으로써 화섬 부문의 사업 비중을 줄이고 화섬 원료인 PTA와 PX 및 PET 칩 등 유화 제품을 주력사업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합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최근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도 고합측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고합은 최근 불거진 기업퇴출 판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울산 제2공장 분할매각이 성사될 경우 고합측 여신이 1조5천억∼1조8천억원 대로 낮아져 충분히 회생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며 "요즘 일각에서 제기되는 법정관리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채권은행들의 동의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합이 갖고 있는 설비나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시중에 나도는 공장 폐쇄설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면서 "워크아웃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합에 대한 은행권 여신은 한때 5조원 대에 육박했으나 채권단의 두차례에 걸친 채무 조정에 따라 2조8천억원 대로 낮아진 상태다.

원금은 2002년 말까지 상환이 유예됐고 이자는 연 5∼8%의 우대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지난 98년 10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간 고합은 13개 계열사를 단일회사 (주)고합으로 합병하고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에 따라 지금까지 3천4백억원의 유가증권을 처분하고 부동산을 매각했다.

또 독일 바스프사로부터 인수한 마그네틱테이프 제조업체인 EMTEC사를 2억6천만달러에 매각했고 해외지사 철수 및 축소도 감행해 비용을 줄였으며 3천5백명의 인원도 1천9백명으로 감축했다.

2차 워크아웃(1999년 12월∼2004년 말)이 진행 중인 고합은 올해 상반기 중 1천3백68억원의 자구계획 목표 중 1천1백75억원의 실적(85.9%)을 거둔 상태며 6백억원 이상의 유가증권도 추가 처분할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