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공업이 발전설비 사업 경험이 전혀없는 업체에 팔리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한중이 자칫 부실업체로 전락해 국민의 부담이 되지는 않겠습니까"

산업자원부가 지난 17일 한중 민영화와 관련,''4대 그룹에는 입찰참여 자격을 주지않기로 했다''는 방침을 밝힌 뒤 이같은 내용의 전자우편이 기자에게 날아들었다.

그는 "중후장대한 발전설비를 중소기업체가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은 상식"이라며 "민영화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대기업을 단지 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산자부의 한중입찰참여 제한 조치는 한달 전의 발표와는 정반대다.

당시 산자부는 "동종업종이라면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재벌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인정키로 했었다.

이때문에 업계에선 한중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삼성과 현대가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해온 터였다.

정부가 이미 포항제철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마무리한 뒤 ''이제 누구든지 포철의 새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어 이같은 예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달 만에 산자부의 입장은 바뀌었고 그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없었다.

신국환 산자부 장관은 "한중을 포함한 공기업 민영화때 지분을 여러 기업에 나눠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만 말했다.

산자부의 이같은 조치는 한중의 새 주인으로 대기업이 선정될 경우 예상되는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산자부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판교등 수도권 신도시 건설계획이 벌써 며칠 채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사실상 유보쪽으로 기울면서 정책신뢰도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전임 경제팀이 경질된 주요 이유중의 하나가 정책혼선과 팀워크부재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팀의 화합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 팀이 출범한지 1백일도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에 신도시건설 예금보호제도 4대그룹출자전환 한중입찰같은 정책혼선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