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랜 공전을 끝내고 정상화되면서 금융.기업개혁 법안처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부실기업주에 대한 책임추궁 강도를 높이기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기업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한 증권투자회사법 및 증권투자신탁업법 개정안, 2차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담고 있는 증권거래법 개정안 등 그동안 수많은 논쟁 끝에 내린 결론들이 대기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17일 민주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정기국회에 상정 예정인 15개 법률개정안을 설명했다.

◆ 부실기업주 책임추궁 강화 =금융개혁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는 퇴출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

금융기관의 부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수억∼수백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일부는 검찰에도 넘겼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었다.

금융기관 부실화의 진짜 주범은 막대한 대출금을 떼어먹은 부실기업주들인 데도 이들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서 예금보험공사에 부실기업주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금융기관을 대신해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한보 대우 등 금융기관 퇴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기업들과 그 사주들은 한동안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에 시달려야 하고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 부실기관 처리시 최소비용 원칙 =금융감독위원회가 부실금융기관을 처리할 때 가져야 하는 원칙을 예금자보호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최소비용의 원칙이다.

부실금융기관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실사를 해 퇴출에 드는 비용과 회생에 드는 비용, 매각에 드는 비용 등을 각각 산정한다.

금감위는 여러 케이스중 비용(공적자금)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을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부실금융기관 정리과정에 특혜시비나 외압의혹이 사라지고 투명성이 확보된다.

◆ 이사회 권한과 책임 강화 =대주주와 경영진의 황제식 독단 경영을 막으려면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그럴려면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결정사항은 이사회가 직접 체크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는 ''이상''일 뿐 실제로는 경영진이 대부분 결정을 내리고 있다.

주요 사항 결정권을 경영진에게 위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반드시 이사회가 승인하도록 강제하자는 것이 이번 증권거래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중 하나다.

재경부는 회사의 사업계획, 주주배당금액,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등 19개 주요사항의 이사회 승인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재경부는 이밖에 △소액주주의 권리행사요건 완화 △사외이사의 권한.자격요건 보완 등도 도입키로 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