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실패로 깨닫지 못하는 기업에는 두번의 기회가 오지 않는다"

''썩은 우유사건''으로 올 여름내내 일본열도를 떠들썩하게 한 유키지루시유업은 회생불능 상태에 빠진 후에야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6월29일,''유키지루시 저지방우유''를 먹은 오사카지역의 1백45명이 설사와 구토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키지루시 간부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사태를 방관했다.

간부회의에 참석한 소비자상담실장은 "원인도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과실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날,회사가 "저지방우유 외의 다른 제품은 이상이 없다"고 발표하자마자 ''매일뼈튼튼''''칼슘파워''를 먹은 소비자들이 식중독증세를 호소하면서 피해자가 3천6백명으로 늘어났다.

오사카시와 관련단체의 조사 결과 유키지루시 오사카공장의 제조라인에서 황색 포도상구균과 셀레우스균이 발견됐다.

오사카공장이 사건발생 후에도 사용이 금지된 저지방우유를 다시 개봉, 가공유 원료로 재활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여기에 사태를 직시하지 못한 이시가와 다츠로 사장의 눈뜬 장님행세가 더해졌다.

"오사카공장이 위생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실토했다""지난 3월 공장이 정전돼 3시간 동안 냉각기가 가동을 중단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관련보도가 신문 1면을 장식하며 회사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됐는 데도 이시가와 사장은 한번도 공장을 찾지 않았다.

그는 결국 7월28일 해임됐고 오사카공장은 소비자단체의 압력 속에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유키지루시 몰락의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유키지루시는 지난 55년에도 식중독사건의 ''전과''를 갖고 있었다.

유키지루시 우유를 먹은 1천9백명이 식중독을 일으킨 것.

당시 원인균도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과 같은 황색 포도상구균이었다.

소비자들은 "두번이나 썩은 우유를 팔 만큼 정신없는 회사의 제품은 다시는 사먹지 않겠다"며 분노했다.

45년 만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정도로 위기관리 능력이 허술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임원들의 현장의식 결여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건의 발단이 된 오사카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우리도 할 말은 있다"고 주장한다.

"화이트칼라 임원들은 한번도 공장을 찾지 않았다.

이는 현장을 무시하는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학습정신이 결여된 회사.

장인정신이 부족한 현장과 현장을 찾지 않는 임원간의 대화 단절.

과거의 잘못을 망각한 유키지루시의 몰락은 노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