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퇴출 등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의 현황과 처리방향이 최대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가와 금융계 일각에선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조기경영정상화를 위해 출자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아직 확실한 해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창립 이후 최대시련기를 통과중인 현대그룹의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현대건설 재경본부장 겸임)을 지난 14일 만나 현대의 현황과 대응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현대건설의 자금사정은 어떤가.

"일부 은행에서 차입금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그동안 8천억원을 갚았다.

지금도 매달 평균 1천8백억원 정도 자금이 부족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많이 내고 있고 당초 채권은행단에 제시한 자구계획도 나름대로 충실히 실천하고 있어 잘될 것이다"

-현대건설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일반투자자들이 궁금해 한다.

"현대건설은 ''아이를 많이 낳은 늙은 엄마''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제까지 50년 넘게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를 만들고 지원하느라 힘이 많이 빠졌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수익성을 지향하는 경영을 해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대북사업만 해도 그렇다.

현대는 사실 이익을 내기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을 생각해 왔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다"

-현대건설 계열인 현대투신이 추진중인 미국 AIG그룹으로부터의 10억달러 유치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어 문제가 더욱 증폭되는 것 같다.

"외자유치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사실상 금융부문의 경영권을 AIG에 넘겨주겠다는데 왜 투자하지 않겠나.

한국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현대라는 사기업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껴 왔는데 이제 협의대상이 현대가 아닌 AIG로 바뀐 만큼 다른 차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안다.

AIG가 정부지원을 10억달러 투자의 전제조건이나 단서조항으로 달았다는 얘기도 있다는데 그런 일은 없다"

-자동차나 중공업과의 관계는 어떤가.

"본인이 먼저 정몽구 현대차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을 만날 것이다.

도와달라고 하면 그분들이 도와주지 않겠는가.

오해를 샀던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도 모두 돌려주겠다.

형제분들이 옛날 관계로 돌아가면 시장도 좋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계열사들간의 관계를 이전 상태로 돌려놓겠다"

-현대 계열사간 관계를 복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계열사들이 독자 경영을 계속하되 앞으로 ''느슨한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고 보면 된다.

이는 자금을 직접 지원한다는 것이 아니라 예컨대 자동차를 수출할 경우 현대상선과 현대종합상사를 이용하고 현대상선이 주문한 배를 현대중공업에서 만드는 것 등을 의미한다.

현대상선이 필요한 배를 현대중공업이 만들지 않는다면 일본업체가 제작한다는 것인데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