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표적인 미국 첨단기술주들의 주가 움직임이 심상찮다.

하룻새 20%를 웃도는 폭락사태쯤은 예사로운 일이 됐을 정도다.

이 때문에 월가 일각에서는 기술주 대표주자들의 주가 급락사태를 미국증시 재앙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의 이상징후는 지난달 21일의 ''인텔쇼크''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인텔주가는 장외거래에서 실적부진과 회의적인 반도체경기 등의 악재가 겹쳐 23%나 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단숨에 시가총액 중 7백70억달러가 날아갔다.

1주일 뒤인 27일에는 인터넷 소매업체인 프라이스라인닷컴 주가가 하룻새 반토막(42%)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터넷주 대폭락''이 벌어진 이날 야후 e베이도 10% 이상 떨어졌다.

이틀 뒤인 29일에는 3·4분기 순익이 급격히 나빠진 애플컴퓨터 주가가 52% 추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이달 들어서도 첨단기술 대표주의 대학살은 계속됐다.

지난 3일과 5일에는 오라클(12%)과 델컴퓨터(12%),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12.7%)가 표적이 됐다.

11일에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 주가는 32.27%,모토로라는 18.33% 폭락했다.

예상보다 좋은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야후도 21%나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월가에서는 실적부진에 대해 투자자들이 과잉반응한 탓에 주가폭락 사태가 빚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표적 첨단기술업체들의 연쇄 폭락사태를 미증시의 본격적인 하락을 예고하는 징후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자문회사인 드리먼 밸류 매니지먼트의 수석투자책임자인 데이비드 드리먼은 최근 증시가 지난 60년대와 70년대 초의 이른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주식의 주가추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니프티 피프티''주식은 폴라로이드 제너럴일렉트릭(GE) 월트디즈니 머크 등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지칠줄 모르는 상승세를 구가했던 종목들이다.

오늘날 첨단기술주들을 그대로 빼닮았다.

드리먼은 "이들 니프티 피프티 주가는 72년 들어 차례로 추락하기 시작해 결국 74년의 증시침체기를 초래했다"며 현재 미증시는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