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제도 개편 과제들이 하나같이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내용이어서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비정규직 보호,모성보호 강화,고용허가제 도입 등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비용 부담을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진행돼 경쟁력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쪽에서는 구조조정을 독려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통폐합과 인원정리를 저지하는 모순된 정책을 추진,기업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시킨 대안을 마련,적극적으로 입법 촉구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노동계는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환심을 살 수 있는 제도를 제시해 선심은 다 쓰는 척하고 실제 성과는 하나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당초 오는 12월15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앞당기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이같이 양측 당사자들의 반발에 직면함에 따라 자칫하면 연말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주당 44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제계는 이렇게 할 경우 추가적으로 인력이 필요해지는 반면 신규채용 여력이 없어 결국 연장근로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H화학 인사담당자는 "공장을 지금 그대로 돌리려면 전체 근로시간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임금을 50% 더 주는 초과근로시간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연·월차휴가를 반드시 쓰도록 한다는 정부의 방침도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게 기업들의 인식이다.

중소기협중앙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상당수 근로자들이 연·월차휴가를 다 쓰지 않고 수당으로 받고 있다"며 "인력을 더 뽑든지 연·월차휴가를 강제로 쓰게해야 하는 데 둘 다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보호=정부는 근로계약을 맺을수 있는 최장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며 총 근로계약기간이 1년이 넘은 근로자는 모두 정규직으로 간주토록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기업들은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노동개혁의 기본방향에 완전히 역행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히려 계약직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 직전까지만 쓴 뒤 다른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파견근로자를 더 쓰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인간의 능력차가 큰 학습지 교사나 보험설계사 등을 준근로자로 대우한다는 방침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계약기간을 둘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방향이어야 하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계약직근로자를 양산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성보호 강화=정부와 여당은 내년부터 출산휴가를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 휴직하는 가족간호휴가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출산휴가가 늘어나면 기업은 그만큼 임금을 더 줘야하고 그 기간에 다른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

가족간호휴직을 하는 근로자가 생길 경우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당초 폐지시킬 방침이었던 생리휴가는 태아검진휴가 형태로 존속될 전망이다.

S전기 관계자는 "기존 여성근로자의 육아 부담은 줄겠지만 기업은 여성 채용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이 현행 산업연수생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부도 이를 시인하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도 계속 회사가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도 자체는 ''지급할 수 있다''고 만들지만 실제로는 지급이 의무화되고 말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정태 경총 조사2부장은 이에대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노동개혁입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기업의 고용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며 "부실한 계열사를 정리하고 인원도 줄이라고 하면서 관련제도는 완전히 정반대 쪽으로 만들어 가고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정부가 듣기좋은 개혁과제를 잔뜩 내놓긴 했지만 이해당사자간의 의견 대립을 중재할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노사간에 절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