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정주호 사장을 비롯한 대우자동차 국내외 임원 1백35명은 11일 일괄사표를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하는 동시에 인력 감축 및 사업구조조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계획 방안도 제시했다.

대우자동차의 자구계획에는 공장별 인력감축 및 임금 삭감,원가구조 개선방안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출액 대비 12%에 달하는 인건비를 대폭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차의 이같은 조치는 고용구조를 유연하게 만들고 수익성이 희박한 사업이나 자산을 서둘러 정리함으로써 제너럴모터스(GM)와의 매각협상 입지를 조금이라도 넓혀보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채권은행들의 자율구조조정 요구를 의식한 조치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채권단은 정부의 대우차 지원 독려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슬림화를 통해 영업이익을 내는 구조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대우자동차의 체불임금이 6백억원에 달하지만 은행들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면서 ''모래밭에 물붙기''식 지원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우자동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천억원을 지원했다고 발표했지만 무신용장수출환어음(D/A)매입 등 무역금융이어서 추가운영자금지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채권단관계자는 "신규 추가자금 지원여부는 자구계획서를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이날 대우자동차 임원들의 일괄사표는 확실한 ''고통 분담''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연명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은행권으로부터 끌어내려는 제스처로 보여진다.

이처럼 경영진은 ''배수진''을 쳤지만 노동조합이 이를 흔쾌히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신임 김일섭 노조위원장이 이끌 새 집행부는 상당한 강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98년 노사 단체협상에서 체결된 ''5년간 정리해고 금지'' 조항을 둘러싸고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증폭될 경우 고용경직성에 유난히 민감한 GM과의 매각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원가구조 개선'' 대목도 현상황에서 결국 하청업체의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 뻔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부품업계의 동반 부실을 야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우차가 획기적인 자구안을 내놨지만 갈등요인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성공 여부를 점치긴 이르다.

아무튼 이 자구안의 성공 여부에 따라 대우차의 앞날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