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분야의 중장기 비전은 한마디로 "아시아권의 통신 거점"이 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 통신의 중심은 미국이다.

아시아권에는 작은 맹주도 없다.

현재로서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화를 걸거나 싱가포르에서 한국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대체로 미국을 경유하게 마련이다.

아시아권 통신 거점이 된다는 것은 굳이 미국을 거치지 않고 한국을 거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거대한 통신망를 갖추고 있으면 통신 거점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거대한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간다.

한국이 아시아권의 통신 거점이 되자는 것은 대대적으로 통신망을 구축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보다는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산업을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각국 업체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게 하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구상이다.

가령 정보통신부는 금년 중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통신사업자들이 IDC 개설에 적극 나서 작년말까지만 해도 한두개에 그쳤던 IDC가 30여개로 급증했다.

정부의 구상은 "디지털공단"이라 불리는 IDC를 육성함으로써 각국 업체들이 한국을 "아시아권 사이버 허브"로 활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작년말 미국의 한 게임업체는 일본에 있던 아시아지역용 서버를 한국에 있는 IDC로 옮겼다.

한국의 통신환경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신환경만 개선해 놓으면 각국 인터넷업체들이 한국을 아시아권 거점으로 활용하게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 게임 애니메이션업체들이 세계적인 제품을 내놓으면 각국 네티즌들이 한국으로 접속하게 된다.

한국은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는 현행 통신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트랜스유라시아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아시아권 네트워크과 유럽권의 네트워크를 연결하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SEM) 정상회의에서 신규사업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한국은 트랜스유라시아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1단계로 내년말까지 한국의 연구망(KOREN)과 유럽의 연구망(TEN-155)을 연결, 초고속정보통신연구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어 2002년과 2003년중 이 연구망을 아시아태평양정보인프라(APII)테스트베드 및 아사아태평양진보네트워크(APAN)와 연결하고 아시아 유럽간 공동연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통신분야 엔지니어사회를 주도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APII만 해도 지난 94년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제안해 시작된 역내 국제협력사업으로 현재 한국 일본 싱가포르간에 테스트베드가 구축되어 있고 한국-미국, 한국-중국을 연결하는 테스트베드가 추가로 구축될 예정이다.

인터넷사업 관련 현압을 협의하기 위한 모임인 아시아태평양인터넷공동체(APIC) 역시 제1차 회의를 주최했던 한국(데이콤)이 이끌어 가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권의 통신 거점이 되기 위해선 남북한간의 통신 협력도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남북경협에 필요한 통신시설을 갖추고 나아가 북한의 통신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는 방안을 통신업체들과 함께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