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고유가와 내수침체로 체감경기는 바닥을 향하고 있다.

게다가 2차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여파로 돈줄마저 얼어붙고 있다.

상당수 벤처기업들은 닷컴기업 위기론과 코스닥시장 침체 등으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은 투자받은 자금마저 떨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매출이 급증하고 채용을 늘리는 등 기업규모가 커지는 벤처.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들에게 불황이란 단어는 거추장스럽다.

소위 잘 나가는 벤처기업들은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해외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다.

<> 자체기술로 불황을 이긴다 =기가링크(대표 김철환)는 자체기술로 개발한 TDSL(시분할 디지털 가입자회선)을 기반으로 고속 인터넷 솔루션인 T-랜(LAN) 장비를 생산한다.

이 회사는 아파트 오피스텔 등 밀집형 주거공간에 어울리는 이 장비로 올해 1천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몇십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힘든 벤처기업이 많은 현실에서 1천억원대는 무척 큰 규모다.

한국통신 데이콤 등 기간통신업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한국과 주거 문화가 비슷한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 홍콩 등 아시아권에 T-랜장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아카이그룹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비비홈넷이라는 현지법인을 최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올해말까지 1천만달러 정도의 장비를 독점 공급할 예정이다.

김철환 사장은 "T-랜은 기가링크의 자체기술로 개발된 제품이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앞으로도 TDSL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계속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 해외시장만이 살 길이다 =디지털셋톱박스 전문기업인 한단정보통신(대표 이용국)은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2백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6백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위치제어장치가 내장된 셋톱박스와 유료방송전용 셋톱박스가 유럽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만 2백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생산된 제품을 전량 해외에 수출하는 한단정보통신은 올 하반기들어 대만 터키 등의 위성 및 케이블 방송사업자와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맺었다.

점점 커지는 유럽시장과 새로운 시장의 개척으로 이 회사는 올 하반기에만 4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용국 사장은 "영국의 위성통신 관련 전문잡지인 왓새털라이트는 한단정보통신의 제품을 지난 98년과 99년 최우수상품으로 뽑았다"며 "앞으로는 유럽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 내수와 수출, 두마리 토끼를 =PC용 카메라를 제작하는 알파비전텍(대표 이종훈)의 수출과 내수비중은 각각 50% 정도다.

국내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해 왔으나 지난 9월부터는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규모 납품을 시작했다.

PC용 카메라 뿐만 아니라 화상채팅솔루션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독일 미국 일본 등에 현지법인을 만들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외국 기업들의 구입요청도 끊이질 않는다.

독일의 유통업체인 샤케한트바렌할데스로부터는 3년간 6백만달러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지난 8월말 미국시장에 내놓은 신제품이 추수감사절과 크리마스를 맞아 본격적으로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3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말까지 1백억~1백3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종훈 사장은 "내수와 수출을 비슷하게 유지해 나감으로써 경기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선 인터넷단말기업체인 싸이버뱅크는 스페인업체와 11억8천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은데 이어 내수판매도 돌입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단말기로 웹화면 전체를 띄워 볼 수 있는 이 장비는 외국 굴지의 기업들조차 놀랄 정도로 첨단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진기업에 비해 6개월정도 앞섰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 회사는 유럽 남미에 이어 미국 일본 등지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국내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