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입법예고한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은 공무원들에게 지금보다 연금비용을 더 내게 하고 퇴직한 뒤에는 연금을 덜받게 한다는 줄거리다.

공무원연금의 재정이 바닥날 처지여서 고육지책으로 결정한 조치다.

이번 조치로 공무원연금은 파산을 면하고 재정상태가 호전되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 퇴직공무원들에게 무리하게 연금을 줘 재정이 파산위기에 이르게 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겨 큰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부담을 지우고도 모자라 매년 평균 1조1천억원의 세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 배경=연금재정이 바닥나게 된 것은 지금까지 정부와 공무원의 비용부담률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온데다 평균수명 연장,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따른 연금지출 증가 등을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기금을 부실하게 운영한 탓도 있다.

정부와 공무원의 연금비용부담률은 지난 60년 2.3%에서 시작돼 지난해 7.5%가 될 때까지 꾸준히인상돼 왔지만 당초 너무 낮게 책정된 부담금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97년말 6조2천억원이던 기금이 올해말에는 1조2천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고 연금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1조6천억원,오는 2005년에는 총10조원 가량의 적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장과 반응=공무원들은 연금이 줄어들게 돼 당연히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세금이 엉뚱한 공무원들의 퇴직금으로 쓰이게 돼 시민단체들의 항의도 거세다.

공무원단체들은 "정부가 연금 정책을 잘못 시행하고 기금을 부실하게 운용한 책임을 공무원 부담으로 떠넘기려 한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교원노동조합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입법예고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 벌여온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하고 독자적인 의원입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국민부담의 가중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의 김진수 사회복지위원은 "행정자치부는 법을 개정하면서 불합리한 제도를개선하는 것보다는 당장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데만 관심을 두었다"며 "퇴직후 민간기업에 재취업해 고임금을 받으면서 추가로 연금 수혜까지 받는 조항 등 고위직에 유리한 조항은 미루지 말고 당장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연금도 자체적으로 부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