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복지부동과 독단경영 끝에 쓰러진 소고백화점,제품의 결함을 덮으려다 이미지가 추락한 브리지스톤,과거의 실수를 잃어버리는 망각증의 유키지루시유업,리스크 불감증으로 위기에 몰린 미쓰비시자동차.

요즘 일본재계도 부실경영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경영전문 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특집을 통해 ''망하는 기업의 4가지 전형''을 소개했다.

이를 요약해 4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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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숭배에 빠져 바깥사정엔 깜깜한 우물안 개구리,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복지부동의 중환자,일은 남한테 미루고 보는 베짱이 기질..."

부도난 일본 소고백화점 임직원에 대한 묘사다.

이런 자극적인 표현을 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와다 시게아키 소고백화점 법정관리인.

지난 7월 26일 취임한 그는 패망원인을 신랄하게 파헤치는 데서부터 회생업무를 시작했다.

와다는 세이부백화점을 살려놓기도 했던 일본 유통업계의 간판 경영자.

그는 취임 다음날 임원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일갈했다.

"경영파탄의 원인은 미즈시마 히로 전회장의 독재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독재를 "허가"한 복지부동의 조직도 방조죄를 면할수 없다"

실제로 소고에는 자기 영업점 업무외에는 "나 몰라라"식의 풍조가 만연했다.

영업점의 극단적인 이기주의 결과로 영업점간 인사교류의 길은 막혀버린지 오래였다.

똑같은 영업점에 몇년이고 근무한 직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졌고,영업점마다 파벌싸움만 일삼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노조가 경영진과 유착해 경영에 대한 견제기능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이다.

지난 8월에 해임된 전 노조위원장은 무려 22년이나 재임했다.

미즈시마 전 회장의 비호아래 그는 직원들의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실력자로 떠올랐다.

한때 최고의 자리에 있던 소고백화점이 어떻게 이런 부패의 늪에 빠졌을까.

한 회사임원은 입사때 미즈시마 전 회장의 환영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직원이 55명이니 전원이 점장이 될 수 있도록 영업점을 55개 만들자"

당시엔 화이팅정신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카리스마는 점차 전횡으로 변질돼 갔다.

그속에서 "미즈시마에게 잘 보이는게 최고다","회장이 결정한 일외에는 하지말라"는 식의 복지부동이 싹텄고,임원에서 말단사원까지 복지부동의 자세는 전조직을 뒤덮었다.

회장에게 전화보고만 하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이사,회장의 취향대로 영업점에 호사스런 전용실을 만든 중간간부,회장의 신임을 얻으려고 경리장부를 조작해 매출을 부풀리는 지점장,윗사람 지시없이는 아무것도 안하는 사원들...

그러나 파멸을 향한 행진을 저지하려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와다가 내린 결론에는 전형적인 실패경영의 구조가 담겨있다.

"회사는 독단적인 인물 하나때문에 망하는게 아니다. 독주를 방조한 뿌리깊은 조직의 복지부동 체질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 한 소고백화점의 회생은 요원하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