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달러화 독주체제설이 새로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신달러화 독주체제설이 가시화된다면 위기극복 과정에 있는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 경제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 외환위기도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플라자 합의'' 이후 자금이탈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재현되고 있는 달러화 강세는 경제 기초여건(fundamentals)보다는 국제유동성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선진국들의 금리인상과 레버리지 투자비율의 축소로 국제유동성이 위축되는 과정에서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으로 자금이동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짙다.

세계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정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는 미 국채를 비롯한 채권시장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점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신달러화 독주체제가 태동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현 시점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처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 만큼 달러화 독주체제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미국경제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금년에만 4천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적자하에서는 더 이상의 달러화 강세는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정흑자를 이용한 환매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미 국채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국제투자자금이 유입될 여지도 적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세계경제나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여전히 고평가된 달러화 가치가 시정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날로 거세지고 있는 반세계화 물결에 따라 반세계화 물결에 따라 달러화 독주체제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달러화 강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국제투자자금의 세계경제나 세계 각국 경제에 대한 조정기능이다.

최근처럼 경제성장에 있어 "부의 효과"에 따른 민간소비의 기여도가 제고되고 있다.

그 결과 국제투자자금의 유출입 여부에 따라 각국의 경제가 좌우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체제하에서 한나라 경제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 부의 효과에 따른 성장 기여도를 감안할 때 개별국가 차원에서 구조조정과 환차익을 통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메리트를 제공하는 방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바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간의 통합노력이 병행돼야 가능하다.

최근 들어 유럽경제가 유로화 가치하락과 자금이탈에 따른 성장잠식요인에도 불구하고 10년만에 최고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유럽경제통합(EMU)에 따라 역내 교역이 증가하면서 자체성장요인이 보완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내에서 한 때 고조됐던 인접국과의 경제통합 움직임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역통합 노력이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제고시킬 정도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시아 각국의 발전단계를 놓고 볼 때 중간자(balancer)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결국 우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우리 뿐만 아니라 아시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20일부터 열리는 아시아-유럽회의(ASEM)에서 전시적인 측면보다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