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근 제품개발과 생산부문의 전략적 방향을 수정했다.

반도체 관련 제품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시스템 온 칩(system on chip)'' 형태로 발전시키기겠다는 것이다.

시스템 온 칩은 D램과는 달리 고객의 다양한 주문에 따라 제품의 규격이 달라진다.

D램 반도체 사업에서 개발과 생산부문이 축적한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배타적으로 독자적인 제품개발과 생산역량 구축에 집중했던 관행에서 탈피, 여러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있다.

부품업체에 대한 지배적인 수급관계를 네트워킹 중심의 협력관계로 전환하고 있다.

부품을 시스템화해 아웃소싱하는 등 이전의 독자개발, 수직적 계열관행과는 완전히 다른 부품 조달체계를 추진중이다.

이처럼 한국 제조업의 생산부문을 지배해온 대량 생산체제가 무너지고 전략적 유연생산(Strategic flexible manufacturing)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나아가 대량생산과 경영혁신 기법에서 축적한 역량을 활용, 부족한 자원을 외부에서 적절히 확보해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량을 선택적으로 통합, 재구성하는 전략적 선택의 과정을 뜻한다.

이러한 변화는 완제품 메이커 뿐만 아니라 부품업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평화자동차는 최근 1백70억원을 투자, 시스템 설계와 생산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소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자동차의 진동을 흡수하는 방진고무 생산부문에서 40여년간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유럽 제휴회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진동소음시스템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급격한 국제화와 시장개방, 산업구조 재편, e비즈니스의 발전 등 제조기업이 처한 시장환경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표준화된 제품시장에서 성공적인 경쟁을 보장해 줬던 대량생산체제의 가격경쟁력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제조업의 생산부문은 기업의 핵심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유연생산체제의 조기구축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대한민국 우수제조공장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이러한 외부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LG마이크론의 경우 소량 다품종 생산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업무시스템(KDS)을 구축,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완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를 통해 개발 리드타임을 40일에서 절반인 20일로 줄였다.

또 고속 생산시스템을 도입해 기존라인과 비교, 4백%의 생산성 증가를 이뤄냈다.

삼성정밀화학은 기술개발(R&D) 아웃소싱과 주문형 생산사업 강화를 중점 추진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기업들도 정형화된 생산혁신기법에서 탈피, 시장과 고객의 관점에서 오프라인의 생산및 개발부문을 기업경쟁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경우 디지털 시대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