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린 < 대우증권 리서치센타 연구위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9월11일 금년들어 3번째 증산합의를 했음에도 불구,국제유가는 미국의 석유재고량 감소와 이라크의 거듭된 쿠웨이트 위협발언으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배럴당 38달러선에 근접했던 유가는 겨울철 성수기가 임박한데다 각국의 유류재고 감소분의 보전으로 인해 계속 상승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99년에는 우리나라의 석유 1배럴당 평균 도입단가가 19달러였는데 2000년에는 29달러로 무려 52%나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 80년에 오일쇼크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내수판매는 35.8%(승용차만으로는 47.8%) 감소,수출의존도가 거의 없던 자동차업체들이 위기상황에 빠진 경험을 갖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지난 98년 IMF 불황에서 겨우 회복단계에 접어든 반면 최근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자동차산업의 앞길을 가로막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과거의 오일쇼크나 경제위기에서 경험한 것처럼 금융 불안심리가 확산되면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인 자동차의 경우 다른 제품보다 큰 타격을 입는다.

또한 90년대 초반에 유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자동차수요와 유가와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았으나 유가가 높은 상황에서는 수요억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80년의 2차오일 쇼크때와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비중이 60%에 달한다는 점,자동차의 내수 위축이 심해지면 승용차 10부제나 휘발유의 탄력세율 적용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가가 자동차산업에 심각한 쇼크로까지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가 상승은 세계 자동차 수요는 감소시키지만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는 소형승용차의 수요는 늘어나게 하는 이중적 효과를 갖고있다.

동시에 중동지역으로의 자동차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79년 미국시장의 점유율이 13.0%였는데 80년 2차오일 쇼크 시기에 소형승용차의 대미수출이 급증,81년에는 미국시장내 점유율이 20.5%로 올라섰던 적이 있다.

최근 한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개선되면서 미국과 유럽등 선진국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가 인상으로 소형승용차로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이는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시장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