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가 겹치면서 제2의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와 반도체 가격 급락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기조로의 반전 우려 △대우자동차 매각 지연 등 금융.기업 구조조정차질 △정치적 리더십 부재 △과소비와 집단이기주의 확산 등이 97년 IMF(국제통화기금)에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97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위기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실금융기관과 기업이 상당수 정리되고 외환보유액은 세계 6위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경상수지도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IMF와 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정부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 경상적자로 반전 우려 =제2위기설이 퍼지는 최대 원인은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97년 환란의 근본원인은 94∼97년간 4백40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 빚이 5백41억달러로 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반도체 가격 폭락과 환율불안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가 경상적자의 주범이었다면 지금은 유가가 핵심 변수다.

재정경제부는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30달러(두바이유 기준)에 이르면 10억달러, 35달러면 50억달러 안팎의 경상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 더딘 구조조정과 리더십부재 =97년 외환위기의 또다른 요인으로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 처리 지연을 들수 있다.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부실기업 처리가 늦어지고 금융기관 부실은 커져 갔다.

현재는 대우자동차 처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내달 20일까지 매각계약을 끝낸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계획대로 될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금융개혁에 대한 신뢰부족도 97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97년엔 종금사 위기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됐다.

그동안 1백7조원의 공적자금을 부실금융기관 처리에 투입했으나 아직도 완전히 부실을 정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와 이완된 사회분위기도 97년과 닮았다.

국회 파행으로 각종 구조조정법안이 처리되지 못해 구조개혁이 늦어지고 있으며 청와대의 관심은 경제보다는 남북화해에 쏠리고 있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집단이기주의는 심화되고 있으며 해외여행수지가 최근 적자로 돌아서는 등 과소비 조짐이 완연하다.

◆ 97년과는 다르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이근경 차관보는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건전성을 회복했으며 기업 재무구조도 크게 좋아졌다"며 "경상수지 흑자기조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유가가 올라도 내년에 27달러선에 그칠 것"이라며 "50억∼60억달러 흑자를 낼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디스의 토머스 번 한국담당 국가신용평가국장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9백억달러를 넘어서 97년과 같은 제2의 경제위기가 올 것이란 주장은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IMF도 19일 낸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고유가에도 불구, 한국경제가 올해 8.8%, 내년 6.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