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벤처기업의 대형 M&A(기업인수합병)는 성사된 사례가 별로 없다.

아직은 탐색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합병절차를 밟고 있는 한글과컴퓨터(대표 전하진)와 하늘사랑(대표 나종민)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만약 성사된다면 인터넷업계 처음으로 코스닥 등록기업과 비등록기업 사이의 M&A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한컴과 하늘사랑의 사례는 닷컴 벤처기업의 M&A에 필요한 점들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채팅서비스로 출발해서 전국 PC방을 네트워크로 묶은 닷컴기업 하늘사랑의 지분중 약 절반가량을 한컴이 지난해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8월에는 이를 합병하기로 결정해 합병절차가 진행중이다.

현재 하늘사랑 1주(액면가 5백원)당 한컴(액면가 5백원) 1.0966주의 합병비율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적정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통합법인은 자본금 2백75억원, 자산 2천억원의 디지털 컴퍼니가 된다는게 한컴측의 설명이다.

이번 합병건은 닷컴기업과 오프라인 베이스가 강한 기업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합병은 단순히 돈있는 기업이 돈없는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모두 이득을 보는 윈-윈 게임이라는 기본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한컴은 브랜드 가치, 고정고객 기반의 수익창출력, 기술력, 자금동원능력, 조직관리능력 등이 뛰어난 반면 인터넷기업이 갖는 속도 콘텐츠 회원 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하늘사랑이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너지를 통해 한컴은 하늘사랑의 회원을 흡수하고 장기적으로는 DB마케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병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진됐다는 자체 진단이 있다.

M&A를 꾀하는 기업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또 하늘사랑의 나종민 대표가 통합법인의 인터넷사업부를 담당하는 임원으로 가기로 결정돼 피흡수합병법인의 대표로서 경영권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는 것도 배울 만한 점이다.

여기다 경쟁력있는 합병벤처기업의 탄생으로 침체된 코스닥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면 시장에 기여하는 바도 커서 벤처기업 M&A 역사에 훌륭한 합병으로 기록될 수 도 있다.

하지만 한컴-하늘사랑의 합병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우선 지난해 인수한 자회사나 다름 없는 회사를 흡수합병하는 것이라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이 벤치마킹해야 할 만큼 의미있는 합병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한컴이나 하늘사랑이 주장하는 시너지가 논리는 딱 떨어지지만 희망대로 될 것이냐는 데는 일부 이견도 있다.

양측 조직의 화학적 융합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한컴과 하늘사랑측은 지난 1년간 양쪽이 서로를 잘 알게 돼 조직문화 통합에 이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