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증권시장에서는 이런 말이 자주 들린다.

"미국경기는 정점을 지나 연착륙 조짐이 뚜렷한데 주가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우리 경기는 아직까지 정점을 지나지 않은 상황이고 또 경제 기초여건도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는데 주가는 곧두박질 치고 있는 점이 이해가 안간다"는 얘기다.

이 하소연대로 주가와 같은 "가격변수"가 경제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그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현실을 보면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외환경이 급변하며 정책은 연일 쏟아져 나온다.

정치권과 각종 단체들은 제목소리 내기에 바쁘다.

특히 정책당국의 정책운용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미국 연준리만 하더라도 "선제적 능력"을 갖춰서 경제주체들에게 예측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우리는 최근 금리인상 문제에서 나타났듯이 정책당국자가 한번 한 말이 쉽게 번복돼 오히려 혼선을 주고 있다.

어느 경제이든 불확실성이 많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치르게 마련이다.

우리만 하더라도 최근 들어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2백5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거주자외화예금도 1백37억달러에 달해 외환위기 당시보다 많다.

이같은 "명시적인 비용"이외에 눈에 띄지 않는 "불확실성 비용"도 많다.

그 중에서 정책당국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크다.

모든 정책의 잣대가 되는 가격변수가 경제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면,정책을 수립하는 기초단계에서부터 부실이 잉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 내에 폭넓게 자리잡은 불확실성 요인을 해소시키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에게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 가야할 대목이 있다.

그동안 "안정"이란 미명하에 수없이 쏟아져 나온 대책들이다.

모르긴 해도,지난 주말 미국 포드사의 대우차 인수포기로 투자가들이 심리적 공황상태를 보임에 따라 코스닥 지수가 100선이 붕괴되어 이번주에도 안정화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나왔던 대책들이 본래의 목적인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일단 정책이 너무 많다.

현재 대부분 국민들은 "정책 불감증"에 걸려 있다.

정책 당국자들도 지금까지 발표한 대책이 뭐가 있었는지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정책의 질도 선제적인 차원에서 나와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

그동안 안정대책이라고 해봤자 증시폭락과 같은 상황이 발생되고 난 뒤 발표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대책들은 하루 이틀 반짝하는 "캠플주사"효과가 있을지 몰라도,중장기적으로 보면 시장구조를 흐트러뜨려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인다.

따라서 현재 우리 경제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몇가지 사안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당국자일수록 말과 정책을 아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도 철저한 시장모니터링을 전제로 선제적인 차원에서 나와야 시장신뢰와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대외여건과 경제외적인 변수로부터 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대외환경에 대한 완충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가능한 한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서 모든 경제현안은 경제논리에 입각해 풀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가능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나타난 관행으로 볼 때 안정화 대책과 금융시장 안정과는 역관계(trade-off)라는 점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