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상승과 원화가치 강세로 경제여건이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원가 및 비용절감, 마케팅전략 수정 등 본격적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각 기업들은 국제유가나 환율문제 모두 개별 기업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악화되고 있는 경제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을 해봐야 한다는 절박한 입장에 있다.

8일 재계에 다르면 삼성그룹은 국제유가 및 원화의 강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 각 계열사들이 본격적인 고유가시대 및 환율 달러당 800원 수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은 연초에 사업계획을 짤 때부터 이미 하반기 이후 유가상승과 환율문제로 경제사정이 악화될 것을 예상, 각 계열사가 이에 맞는 준비를 하도록 해온 만큼 고수익,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한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또한 ''월드베스트'' 상품의 육성 등 제품의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도록 하는 한편 생산라인의 공정조정 등을 통한 에너지비용 절감책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업종의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유가가 30달러선인 경우 2001년 내수가 145만대로 줄고 33달러일 경우 141만대로 줄어듬과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해 전체 수출물량이 2만∼3만대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따라 내수 마케팅 부문에서 LPG엔진 대신 디젤엔진을 장착한 RV(레저용 차량)에 대한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소형차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수출 부문에서는 수익성 제고에 기반을 두고 중소형차 수출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또 자재부문에서는 부품재고 절감 및 선물에 의한 장기수급 계약을 추진하고 상용사업 부문에서는 차량 경량화를 통한 연비개선과 고수익 차종 보급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LG그룹 역시 즉각적인 에너지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책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한 사업재편을 통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주력키로 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대형 가전제품과 첨단기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에 주력, 고급시장을 선점하고 중동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상무는 "현 상황이 기업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생산성 향상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수 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정준영기자 jun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