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니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5일 "현재와 같은 고유가로 인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조만간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1,2차 오일쇼크 당시 OPEC를 사실상 이끌었던 야마니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고유가는 대체에너지기술 개발을 촉진시켜 조만간 원유수요 감소와 가격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20년내에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고유가는 단기적으로는 비(非) OPEC국가들의 배만 부르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수요감소를 가져와 OPEC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런던에 있는 글로벌에너지연구센터 회장인 야마니는 "이제 증산에 나선다 해도 때가 너무 늦었다"며 유가가 올 겨울까지 좀더 오르겠지만 2001년 이후에는 장기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OPEC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유가를 안정시킬 만큼 충분한 증산에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4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런던시장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95센트 오른 32.8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뉴욕시장은 노동절 연휴로 휴장했다.

분석가들은 OPEC가 증산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하루 50만배럴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유가상승 열기가 잠시 식겠지만 장기적으로 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고유가로 인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다른 지역의 국가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고유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내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