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걸(30)와이즈넛 사장.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2세대 한국인 벤처기업가들 가운데 대표 주자로 꼽힌다.

윤 사장은 원래 교수 지망생이었다.

지난 93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길에 올랐다가 야후를 창업한 제리 양에게 자극받아 인생항로를 수정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재즈멀티미디어,마이사이먼 등의 창업멤버로 활약한 그는 벤처에 입문한지 몇년만에 개인 재산 억대에 달하는 인터넷 갑부로 성장했다.

특히 쇼핑몰 비교검색사이트인 마이사이먼은 씨넷에 7억달러에 팔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 "토종"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그는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골수 엔지니어인 윤 사장은 마이사이먼 CTO로 있으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너무 오래 해 손가락이 마비돼 붕대를 감고 다녔을 정도로 기술개발에 목숨을 걸고 있다.

여기에 지독할 정도로 끈질긴 승부욕까지 갖추고 있다.

중학교 입학 당시 윤 사장의 전교 석차는 1백56등.하지만 학교를 졸업할 때는 전교 3등까지 등수를 올렸다.

전교 50등으로 입학한 고등학교도 3등으로 졸업했다.

미국 유학시절엔 첫 학기 성적이 좋지 않아 삭발을 하고 다니며 공부에 전념,그 다음 학기에 수강한 다섯 과목 모두 A학점을 받아냈다.

윤 사장은 최근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와이즈넛을 통해 또 한번의 코리안 벤처 드림을 준비하고 있다.

새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그가 선택한 것은 검색엔진.인터넷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검색엔진이야말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국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창구라고 판단했다는 것. 그는 전세계 웹페이지의 90% 이상을 커버하는 엔진 개발로 세계를 뒤흔들겠다는 각오다.

현재 세계 최정상급 검색엔진으로 통하는 잉크토미,구글 등도 전세계 10억페이지에 달하는 웹페이지의 20~30%밖에는 커버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반면 와이즈넛은 15대의 서버만으로 5억페이지의 웹문서를 단 12일만에 색인화(indexing)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는 것.

윤 사장은 "현재 실리콘밸리에선 인도인이나 중국인 백만장자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성공한 한국 벤처 기업인들은 몇 되지 않는다"며 "한국 두뇌의 "매운 맛"을 보여줘 미국내 한국 벤처 기업인들의 위상을 높여놓겠다"고 다짐했다.

와이즈넛의 한국 법인인 코리아와이즈넛을 통해선 한국 벤처기업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를 옮겨놓을 계획이라고.그는 "벤처기업의 생명은 무엇보다 연구개발"이라며 "비즈니스를 하는 데 사사로운 인정에 치우치거나 쓸데없이 인맥.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신경써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공과 사를 엄격히 구별하는 "냉철한" 비즈니스 감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기 원하는 한국 기업을 인큐베이팅해 한국 벤처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엔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를,한국의 테헤란 밸리에 실리콘밸리의 효율적인 기업문화를 옮겨놓겠다는 말이다.

"앞으로 3년안에 와이즈넛을 세계 최정상의 검색엔진 회사로 키워놓은 후엔 미국 하버드대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윤 사장은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해 5백만달러 규모의 장학재단도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02)516-0818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