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핸드폰(이동통신단말기) 제조업체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핸드폰 수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베이징(북경) 주재 한 상사원은 중국 핸드폰시장 판도를 놓고 이렇게 얘기한다.

중국 업체들이 모토롤라 에릭슨 노키아 등 외국 기업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해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중국 핸드폰 시장에서는 지금 국내외 업체간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 핸드폰분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황금시장.

지난 6월말 현재 중국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작년말보다 약 50% 늘어난 5천9백28만7천명에 달했다.

이로써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위 이동통신 서비스 국가가 됐다.

중국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매년 3천만명 이상 증가해 오는 2010년에는 2억명, 2015년에는 4억8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중국 신식(정보)산업부는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5백억위안(1위안=약 1백30원), 올해는 약 8백억위안 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핸드폰 시장은 노키아 모토롤라 에릭슨 등 3개 회사가 총 80~85%의 점유율을 보이며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지멘스 삼성 마쓰시타 필립스 등 기타 외국 업체들이 총 1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90~95%를 외국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 중국 국내업체의 핸드폰시장 점유율은 3%에 그쳤다.

따뜻한 안방을 고스란히 외국기업에게 내준 꼴이다.

중국업체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은 작년 하반기.

중국의 "핸드폰산업 육성" 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선진 외국기업과의 활발한 제휴협력, 기존 가전업체의 핸드폰 기술 개발 독려 등의 정책으로 중국 브랜드 핸드폰이 시장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6월말 현재 중국기업들의 이 분야 시장 점유율은 9%.

6개월 전에 비해 무려 6%포인트나 증가했다.

우촨지(吳傳基) 신식산업부 장관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이동통신전화 전시회에서 "국내기업의 핸드폰 시장 점유율이 올해말 15%로 늘어날 것"이라며 "오는 2003년에는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중국 국내 핸드폰 메이커는 모두 23개.

이중 커지엔(科建) 버다오(波導) 하이얼(海爾) 숑마오(熊猫) 콩카(康佳) 시아화(廈華) 등 10여개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커지엔 버다오 하이얼 등 3개 메이저 브랜드가 각각 국내 업체 판매량의 35%, 20%, 14%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숑마오와 콩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국내업체들이 무기는 가격이다.

외국 업체들의 핸드폰이 2천~4천위안인데 비해 중국 브랜드는 1천~2천위안으로 싸다.

중국 업체들은 핸드폰 소비층이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 기능을 단순화한 제품을 싸게 내놓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중소도시 또는 내륙지역을 노리고 있다.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의 95%가 도시지역에 밀집돼 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조우(廣州) 등 동부지역 개방도시가 70%를 차지한다.

중국 핸드폰업체들은 이들 도시에서는 외국제품에 밀려 승산이 낮다고 보고 중소도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시지역에는 이미 외국 브랜드가 자리를 잡아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

중국 업체들은 또 브랜드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국내업체의 활약은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의 휴대폰 생산능력은 국내기업 연 5천1백만대, 외국 합작회사 6천만대 등 1억대를 넘고 있으나 수요는 약 3천5백만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 휴대폰 가격은 조만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주공산 중국시장에 달려와 재미를 봤던 기존 외국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의 도전을 어떻게 받아넘길지 고민하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