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이라는 한 나라의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러 기업이 베이징에서 한 사람의 북한 당국자를 만나 서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벤처는 벤처답게 기존의 후진적인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북한시장에 접근해야 합니다"

통일벤처협의회 유세형 회장(조선인터넷 사장)은 요즘 대북관련 사업 아이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 40여개의 벤처기업들을 하나로 묶은 만큼 이제는 구체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11월에 개최할 통일 EXPO 21 행사도 그중 하나다.

통일벤처협의회에 대한 유 회장의 생각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통일과 북한을 주제로 한 사업을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토대로 남북경협을 이뤄내 통일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대의 명분에 비해 사업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유 사장의 가장 큰 고민도 여기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대북사업은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

사전 정지작업에도 필요하지만 남한측이 자본을 투자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협의회가 올해중 자체적으로 만들겠다는 2백억원의 통일벤처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 회장은 그래서 통일벤처협의회의 대북사업이 성공하려면 북한사업으로 돈을 벌수 있다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마침 북한측의 정황도 유 사장의 꿈을 부풀게 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식량 다음이 컴퓨터라고 말할 정도로 정보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 어려운 경제여건상 외화벌이에 나서야 할 상황이죠. 북한의 소프트웨어 업체에게 외주를 준다든가 합작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방안 등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 회장은 이달중 협의회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40여개 회원사 사장들과 매달 한번씩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사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 회장은 지난 1990년 조선무역이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하면서 북한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당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의 표현대로 "맨땅에 헤딩"한 사업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수많은 벤처가 그와 함께 하고 있고 북한의 사정도 그 어느때 보다도 낙관적이다.

"남북벤처연합을 통한 디지털강국의 건설"이라는 그의 꿈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