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일 발표한 ''주요 기업의 법정준조세 부담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기업들이 경기회복을 위해 한창 구조조정에 매달린 지난해 각종 명목으로 낸 법정준조세가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올들어서도 ''세금아닌 세금''인 법정준조세를 내느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정준조세 제도의 전면수술을 촉구하고 있다.

◆얼마나 늘어났나=기업들이 지난해 부담한 국민연금과 같은 부담금과 정당후원금,불우이웃돕기성금 등 협의의 법정준조세는 지난해 모두 9천5백81억원으로 98년보다 16.6%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경련이 설문지를 돌린 2백10개사 중 98개사가 응답한 결과를 집계한 것이다.

1개사당 평균 97억8천만원의 법정준조세를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항목별로는 수재의연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정치후원금 명목의 기부금·성금이 1백8.6%나 늘어나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A기업의 관계자는 "지난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기회복이 되면서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상관없이 정부와 각종 단체에 내는 기부금과 성금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조사한 법정준조세 부담실태를 보더라도 지난 98년 협의의 법정준조세 비중 가운데 20.7%에 불과하던 기부금·성금의 비중이 지난해 37.1%로 커졌다.

이중 중앙·지방정부·정당에 내며 전액 손비처리되는 정당후원금 헌금같은 법정기부금은 같은 기간 1백19.7%나 늘었다.

특히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수재의연금은 7백45억원으로 98년 1백8억원보다 7배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요 기업의 기부금 부담액은 3천5백50억원 정도로 1개사당 평균부담액은 41억7천만원을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원유가인하로 석유수입·판매부담금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데다 폐기물처리비용 예치금도 절반이나 감소하는 등 등 각종 부담금과 출연금은 전년보다 7.5% 줄어들었다.

◆왜 증가했나=무엇보다 기업들이 지난해 기부금과 성금을 많이 냈기 때문이다.

다른 법정준조세의 경우 법률 절차에 따라 걷혀지지만 기부금 등은 법규정이 약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성금을 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한경동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자발적인 기부문화가 형성되지 않아 정당과 사회단체에 내는 기부금은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업들이 부담한 법정준조세(목적세까지 합친 최광의 기준)는 국세의 1.2배,지방세의 20배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이는 국세와 지방세,관세를 합친 조세와 대비해선 99.58%에 이른다.

이같은 조세대비 법정준조세 부담률은 98년의 1백25.7%보다 26.1%포인트 낮아졌지만 이는 99년에 기업들이 세금을 전년보다 많이 냈기 때문이라고 전경련 양금승 규제개혁팀 과장은 풀이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 용어설명 ]

<> 법정준조세란

기업들이 기업활동과 관련해 필수적으로 부담해야 할 순수한 조세이외의 모든 경제적 부담을 말한다.

전경련은 법정준조세의 범위와 관련, <>부담금과 출연금만을 합친 최협의 <>최협의에 기부금 성금을 더한 협의 <>협의에 도로점용료 과징금 등 행정요금.제재금과 사회보장성 부담금을 합친 광의 <>광의에 교육세같은 목적세를 더한 최광의 등 4가지로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