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제도를 대신한다는 취지로 한국은행이 도입한 기업구매자금 대출이 제도적 뒷받침 부족과 은행들의 준비소홀로 기업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5월22일부터 시작된 기업구매자금대출 실적은 신한은행만 1천억원을 넘었을 뿐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2백억∼3백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일 평화은행 등은 준비부족을 이유로 실적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준비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시행하는 바람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구매자금 대출은 대부분 구매기업및 납품업체가 같은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에만 이뤄지고 있다.

한은은 제도 시작 당시 금융결제원의 교환시스템을 이달부터 가동할 수 있어 거래은행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은행들은 전산준비 기간을 감안, 9월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업구매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구매기업에는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준다고 했지만 국회공전에 따라 세법개정이 불투명해 제도 자체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기업구매자금 대출은 납품업체가 물품을 납부하고 구매기업으로부터 받은 세금계산서를 환어음과 함께 은행에 제출하면 은행이 구매기업에 확인절차를 거쳐 대금을 결제해 주는 방식이다.

은행 관계자는 "구매기업이 원가절감을 통해 기업구매자금 대출 이용에 따른 금리부담을 상쇄해야 하는데 중견기업 이하는 원가절감이 어렵기 때문에 금리부담을 떠안을 바에야 예전대로 어음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