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보호대상 예금을 2천만원으로 축소하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보장한도 확대여부와 시행시기의 연기여부다.

지난달 11일 노정(勞政)타협과정에서 정부가 합의문을 통해 "예금부분보장제는 예정대로 시행하되 시행전에 금융개혁의 마무리과정과 금융시장의 안정여부, 금융기관간 자금이동과 편재 내지 왜곡가능성 여부 등을 검토한다"고 조정가능성을 열어 놓은 이후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부분보장제에 손을 댈 경우 금융 구조조정의 틀이 훼손되고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예금보호 축소는 시장의 힘으로 금융개혁을 완성한다는 정부 정책의지의 상징"이라며 "부분보장제라는 틀만 만들어 놓으면 우량금융기관으로 자연스럽게 예금이 이동해 금융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도 "정부는 일관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보측은 "보장한도를 3천만원으로 늘리면 보호범위가 고객수를 기준으로 1%포인트, 5천만원까지 올리면 2%포인트 늘어나는데 불과해 확대 의미가 없다"며 한도확대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개정 예금자보호법을 손대지 않는 범위내에서 가능한 대안을 검토중이다.

서민 금융기관(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들이 2천만원 초과예금에 대해서는 지급보증보험에 가입, 보장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그 중의 하나.

정부는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 등에 상품개발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를 의뢰한 상태며 LG화재 등 일부 보험사가 이미 상품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신용금고간 2천만원 초과 예금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안전기금(상호원조기금)을 만들때 내는 갹출금에 대해서는 손비로 인정,세제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이런 대안으로는 어림없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부실금융사 몇 개만 정리되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연쇄도산으로 인한 시장마비를 우려하고 있다.

예보에 보험료를 내는 6개 금융기관(은행 증권 보험 종합금융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중 공적자금 투입은행 및 부실.지방은행과 금고, 종금사들이 4.4분기부터 예금인출사태로 연쇄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2천만원까지는 전액 보장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90∼95%내에서 차별 보장하는 ''공동책임제''를 제시했다.

한나라당쪽에서는 일본의 예를 들며 한시적 연기론쪽으로 당론을 모아가고 있다.

3개 공적투입은행과 일부 지방은행은 시행연기 또는 한도확대를 위해 국회 등을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경우 2천만원 이하 예금자 비율은 금액기준으로 22%, 계좌기준 96%를 차지하고 있다.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우량 은행에서의 예금인출사태는 조그만 루머에도 폭발할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종금사들은 2천만원 이하 예금자(금액기준) 비율이 1.25%에 불과한데도 은행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호한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2천만원 이상 예금자가 고객의 절반을 넘는 신용금고는 확대여부에 관심이 크다.

다음주초 개각이 단행되면 새 경제팀이 해결해야 할 첫 숙제가 될 것 같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